상장사協 "경영권, 헤지펀드 공격에 취약…방어장치 도입돼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하는 가운데 국내 상장사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새로운 기업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1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장사들이 지속 가능성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심각하게 경영을 간섭하고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처럼 요구했다.
협회 측은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Poison Pill) 등 세계 주요국에서 보편화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우리 기업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이며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으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미 오래전부터 재계를 중심으로 도입 요구가 제기돼왔지만 '1주 1의결권' 원칙에 반하는 데다 대주주의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두 협회는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기업에 대해 경영 간섭을 벌여 그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 2015년 삼성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 등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협회는 "과거 SK와 KT&G[033780] 두 사례에서만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1년 남짓한 기간에 약 1조500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하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번 공격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대해 정책 당국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라 충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현행 제도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로, 폐지돼야 한다"며 "폐지가 어렵다면 사회 통념상 소액주주로 볼 수 없는 주주는 대주주와 동일한 의결권 제한을 둬 역차별적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양 협회는 "지금과 같은 상시적인 경영권 위험은 국가 경제에 큰 걸림돌"이라며 "선진국 수준의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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