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주제안 규제 놓고 재계 vs 주주·시민단체 대립
재계 '악의적·무더기 제안 막기위해 필요', 시민단체 '주주 발언권 봉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정부가 주주들의 권한남용을 막기 위해 추진중인 회사법 개정 중간시안을 놓고 재계와 개인주주 등의 의견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법무성은 지난 2월 회사법개정 중간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에는 ▲ 임원선임의 건을 제외한 주주제안을 최대 10개로 제한하고 ▲ 오로지 '골탕먹이기 위한 목적'의 제안을 금지하며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주식수 요건을 엄격히 하고 ▲ 의안에 대한 주주의 찬성·반대 열람을 제한하는 등 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되면 주주총회의 양상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현재는 주주제안에 건수 제한이 없다. 실제로 과거 주주 1명이 100건 이상의 제안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법무성 시안은 "주주총회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경영자 측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사용자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올 봄 법무성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주주제안은 1인당 1-3개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집행에 관한 제안을 금지해 달라"는 등 시안에 반영되지 않은 규제도 요청했다. 전력회사 주총에서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사업을 요구하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는 사태와 관련, "업무 집행은 경영진에 일임해야 한다"는 경영쟈 측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사가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은 4월 23일 회견에서 "되도록 많은 주주와 대화하기 위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해 개인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불법행위가 드러난 기업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하는 '주주의 권리변호단'은 "주주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나오는 상장기업 자체가 몇개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주의 권리 변호단'의 유라 나오후미(由良?文) 변호사는 아사히(朝日)신문에 "아직 '열린 주주총회'라고 할 수 없다"면서 "권리남용을 허용할 수는 없지만 민법 규정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탈원전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도 주주제안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개별 안건에 대한 주주별 찬성·반대를 열람할 수 없게 하려는데 대한 반발이 강하다.
시민단체들은 탈원전을 겨냥한 제안에 찬성한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운동을 확산해왔다. 9개 탈원전단체의 간사역을 맡고 있는 기무라 유이(木村結) 변호사는 "중요한 주주권리가 제한되는 건 납득할 수 없다. 경영자와 주주의 대화 촉진이라는 주주총회의 목적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성 담당자는 "시안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주주제안의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성은 시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중 회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경영자와 주주 양쪽이 납득할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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