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주사로 심장에 약물 보내는 표적화 전달기술 개발
KAIST 이해신 교수 "탄닌산 이용…심장에 정맥주사로 약물 전달"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와인의 떫은맛 성분인 탄닌산(tannic acid)을 이용해 치료약물을 정맥주사로 심장 조직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약물 표적전달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이해신 교수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모델연구센터 김기석 박사 연구팀은 6일 심장질환 치료용 단백질이나 펩타이드 등 약물을 탄닌산과 혼합, 입자화해 정맥주사로 심장 조직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장은 생명유지에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로, 분당 60∼100회 박동하면서 약 5ℓ의 혈액을 온몸에 공급한다. 하지만 심장 및 관련 혈관 질병인 심혈관계-순환계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할 만큼 주요한 건강 위협 요인이기도 하다.
많은 연구자가 심혈관계 질환 치료를 위한 화학약물 요법이나 치료용 단백질 등을 개발하고 있으나 정맥주사로 약물을 심장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되지 않고 있다.
심장의 강한 운동성으로 인해 정맥으로 주사된 약물이 순환하는 동안 심장으로 전달되는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특히 혈액의 흐름 때문에 약물이 심장에 오래 머물며 치료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
연구진은 문제 해결을 위해 포도주의 떫은맛 성분이며 과일 껍질, 견과류, 카카오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탄닌산을 이용했다. 탄닌산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단백질과 빠르게 결합, 접착력과 코팅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탄닌산과 단백질 사이의 강한 분자 간 결합력을 이용해 치료용 단백질, 유전자 전달체인 바이러스, 기능성 펩타이드 약물 등을 간단하게 섞어주는 방법으로 단백질 복합체로 입자화했다.
또 이를 심장질환 모델 쥐에 정맥주사로 투여, 약물이 심장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며 심장에 상당기간 머물며 약효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입자화된 단백질 복합체 표면에 코팅된 탄닌산이 심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밀집된 엘라스틴과 콜라겐 단백질과 부가적으로 강한 상호작용을 하며 심장조직에 달라붙기 때문에 약물이 심장에 오래 머물며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제로 심근경색 동물 모델 쥐에 탄닌산과 섬유아세포 증식인자를 섞어 만든 약품을 정맥주사로 주입하자, 4주 후 심근경색이 일어난 부위 크기가 감소했고 좌심실 압력 및 심박출량 등이 정상에 가깝게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심장질환 관련 약물이 많이 개발됐음에도 상대적으로 약물을 심장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는데, 이 기술은 기존 약물들을 새롭게 공식화해 개량 신약으로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며 "현재 이를 돼지에 적용해 실험 중이며 앞으로 영장류 등을 거쳐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도약연구와 보건복지부 암정복프로그램,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4월 30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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