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걸작 '집시소녀', 잃어버린 조각 반세기만에 터키로

입력 2018-05-16 05:01
모자이크 걸작 '집시소녀', 잃어버린 조각 반세기만에 터키로

"美대학 '제우그마 모자이크' 반환하기로 터키정부와 합의"

관영 매체 "50년 전 터키 남부서 불법 반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호기심과 대담함이 어린 맑고 신비로운 눈으로 상대방을 응시하는 소녀의 얼굴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터키 남동부 가지안테프에 있는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의 걸작, '집시소녀'다.

코 아래 부분이 소실됐지만 오묘한 눈과 입체적인 얼굴, 살짝 곱슬거리는 머리칼이 어우러진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모자이크라 믿기지 않는 완성도를 뽐내며 터키 모자이크 유물 중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힌다.

집시소녀는 화려한 모자이크로 즐비한 제우그마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박물관이 있는 가지안테프(州)의 상징이기도 하다.

터키 방문자라면 집시소녀 모자이크를 한번쯤은 만나게 된다.

안타깝게도 집시소녀가 묘사된 모자이크 패널은 반 이상이 없어지고, 부분 부분이 남아 있다.

제우그마는 기원전 3세기 알렉산더대왕의 장군이 현재의 터키 가지안테프 지역에 세운 도시로 기원전 1세기에서 3세기까지 번성했다. 이후 외세의 침입과 잦은 지진으로 쇠락하고 파괴됐다.

20세기에는 대대적인 도굴과 약탈이 고대 도시를 유린했다.

집시소녀가 포함된 모자이크 패널의 일부도 약 50년 전 국외로 밀반출됐다.



2000년 이 일대가 댐 건설로 완전히 수장될 위기에 처하자 터키뿐만 아니라 국제 고고학계가 '제우그마 구하기'에 나섰다.

대대적인 발굴 프로젝트로 구출된 건축물 유적과 모자이크는 2011년 문을 연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에 안착했다.

제우그마 박물관이 인지도를 얻은 후 세계로 흩어진 유적의 소식도 추가로 확인됐다.

미국 볼링그린 오하이오주립대학이 소장한 모자이크 유물 12점도 그 중 하나다.

종전에 볼링그린대학 모자이크는 안티오크 유적, 현재의 터키 하타이주(州) 안타키아에서 합법적으로 발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자들의 재질 분석 결과 볼링그린대학 모자이크 일부는 50여년 전 집시소녀 모자이크 패널에서 분리된 후 불법 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집시소녀는 이르면 올해 안에 패널 속에 함께 묘사된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4일 볼링그린대학은 터키 문화관광부에 제우그마 모자이크 12점을 반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대한 로마 유적을 보유한 터키는 국외 문화재 환수에 매우 적극적이며, 고고학적·예술적 가치가 큰 유물 반환에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터키 문화관광부 뉴욕출장소의 튈린 세르민 외즈뒤란 소장은 "제우그마 유물이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문화분야에서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국제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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