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단골식당 주인 자녀까지 포함된 '복마전' SR 채용비리
(서울=연합뉴스)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자사와 모회사인 코레일 전·현직 임직원의 자녀나 친인척, 지인 등을 무더기로 부정 합격시킨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특히 부정채용 청탁자 중에는 전직 SR 사장과 노조위원장도 포함돼 있어 이 회사 채용비리가 가히 '복마전' 수준임을 드러냈다. 서울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5일 SR 공개 채용에서 금품을 받거나, 24명의 부정 입사에 개입한 SR 전·현직 임직원 12명과 노조위원장 등 1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거해 2명을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11명은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SR 측이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9차례 진행한 신입·경력 직원 공채에서 이런 부정을 저질렀으며, 이로 인해 105명의 다른 지원자가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복환 전 SR 대표는 자신의 처조카를 부정 채용하도록 인사팀장 박 모(47) 씨에게 지시해 관철했다. 전 영업본부장인 김 모(58) 씨는 다른 임원이나 지인, 노조위원장 등으로부터 채용청탁을 받아 박 씨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실무를 맡은 박 씨는 청탁 대상자의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선에 들지 못하면 점수가 높은 다른 지원자 수십 명을 무더기로 탈락시키고, 청탁 대상자의 면접 점수를 높게 조작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 청탁 대상자의 경우 면접에 불참했는데도 허위면접표를 작성해 합격시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SR 노조위원장 이 모 씨는 지인 11명으로부터 받은 청탁을 영업본부장에 전달하는 대가로 총 1억230만 원의 금품을 받아 업무방해는 물론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기술본부장 박 모 씨는 단골식당 주인으로부터 자녀 채용청탁을 받자 이를 인사팀장에게 전달해 채용을 지시했다. 그런데 청탁 전달 시점이 지원 접수 기간 종료 후였다니 편법도 이런 편법이 없다.
SR는 국토교통부 감사에 이어 경찰 수사에서도 채용비리가 확인되자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수사 결과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정부 방침에 따라 향후 기소되는 채용비리 직원 및 부정 합격 직원을 즉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최근 발표한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제한다는 방침도 부랴부랴 내놨다. 하지만 SR 임직원들의 채용비리는 안정된 고용에다 급여도 높은 공기업 일자리를 부정하게 대물림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특히 심각한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선의의 청년 지원자들을 억울하게 탈락시킨 점을 고려하면 연루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 사측의 비위를 감시·견제해야 할 노조위원장마저 임직원들과 한통속이 돼 채용청탁을 받아 장사까지 벌인 점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확대하는 수사에서 이들 13명 외에 추가로 채용비리에 관여한 직원이 없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SR와 모회사 코레일, 감독 부처인 국토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13년 설립돼 2016년 12월 SRT를 개통한 SR가 현재 코레일과의 합병이 논의되는 단계라 해서 이번 일을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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