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률, 2020년대 말 연 2%로 떨어질 것"
영국 연구기관 분석…"급속한 고령화·무역분쟁·정부통제 등 원인"
"중국 금융시장 위험, 정부 발표보다 훨씬 커" 분석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급속한 고령화와 과도한 가계부채 등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2020년대 말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급속한 고령화와 무역 갈등 악화를 원인으로 꼽으면서 "중국은 일본, 한국, 대만 등보다 더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투자를 유도할 경제적 요인도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무역 갈등으로 인해 주변국이 겪지 않았던 비우호적 수출 환경에 직면한 점도 배경으로 지적됐다.
더불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후 심해진 정부의 민간 부문 통제도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과 생산성 저하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9%를 기록했으며, 국내총생산(GDP)은 1조2천억 달러(약 1경3천조원)에 이르렀다. 1인당 GDP는 8천800달러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전망대로 2020년대 말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다면 2050년까지 '부강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 주석의 야망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보고서는 "중국은 이미 중간 소득 국가로 올라섰지만, 추가적인 성장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이 미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로 부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중국의 금융시장 위험이 당국이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의 샤빈(夏斌) 명예소장은 전날 한 포럼에서 "중국 정부는 은행 대출의 20%가량을 부동산 관련 대출로 보고 있지만, 부동산 담보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그 비중은 80%까지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샤 소장은 "정부 통계상 은행의 부실대출 비율은 2%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높다"며 "중국 경제는 부동산에 의해 '납치당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금융시장의 안정에도 커다란 위험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샤 소장은 중국 부동산에 이러한 거품이 생긴 원인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나치게 팽창한 통화량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의 통화량은 50조 위안(약 8천500조원) 팽창했으며, 2013년 이후에는 팽창 속도가 더 커져 지난해까지 통화량이 70조 위안(약 1경2천조원) 늘어났다.
샤 소장은 "중국 정부는 미묘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통화량을 너무 조일 경우 신용 위기가 닥칠 수 있고, 통화 팽창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거품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빚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금융위기 우려에 최근 중국 금융당국이 시중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톈진(天津) 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소유한 '톈진 부동산 그룹'은 최근 5억5천만 위안(약 940억원)의 신탁상품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놓였다. 이 기업의 총대출은 1천82억 위안(약 18조원)에 달한다.
중국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13개 기업이 만기가 돌아온 대출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으며, 미상환 채권의 총 가치는 128억 위안(2조2천억원)에 이른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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