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대진침대 결과 발표'에 혼란 초래한 원안위

입력 2018-05-15 17:44
수정 2018-05-15 17:46
섣부른 '대진침대 결과 발표'에 혼란 초래한 원안위



'방사선 기준 적합' 발표 5일만에 '부적합' 번복 논란

(서울 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급하게 발표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중간 결과 발표 때도 그랬다. 결과를 또 뒤집을까 봐 우려된다."

"에코폼(매트리스 속 스펀지)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으면서, 지난 중간 조사 결과 발표 때는 '완제품 시료'라는 사진을 박아서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번복한 것에 대한) 분명 비판이 있을 거다."

15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대진침대 2차 조사 결과 긴급 브리핑에서는 기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원안위는 이 자리에서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7종 모델(뉴웨스턴슬리퍼 포함)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활방사선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결함제품으로 확인돼, 수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열린 브리핑에서는 뉴웨스턴슬리퍼 매트리스의 연간 피폭선량이 법적 기준에 적합하다고 발표했는데, 불과 5일 만에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엄재식 원안위 사무처장은 "애초 매트리스 속커버의 영향만 평가했는데, 지난 8일부터 실제 리콜 제품이 들어와서 시료를 확인해보니 속커버뿐 아니라 속커버 안 스펀지에도 (모나자이트가) 들어가 있었다"며 "(결과 발표가) 신속·정확해야 하는데, 1차 조사(중간 조사) 때는 빨리 알려드려야 한다는 데 비중을 크게 둔 게 아닌가 판단한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원안위의 이런 조사 결과 번복은 지난주 정부기관의 '기준치 이하'라는 발표를 믿었던 국민의 불안을 다시 초래한 처사라는 게 원안위 안팎의 지적이다.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판매한 매트리스 7종 모델이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해 수거 명령 등의 행정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201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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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취임한 강정민 위원장은 원안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국민의 신뢰 회복'을 꼽았다.

취임사에서 강 위원장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2011년 출범한 원안위는 6년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활과 밀착된 원자력 안전 문제에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책망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국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이 이끄는 원안위는 이전보다 오히려 '허둥지둥' 하는 모양새다. '소통'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쫓겨 불완전한 조사 결과를 섣불리 발표해, 되레 대국민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지난 10일 원안위는 원자력발전소나 연구용 원자로 등에서 사고나 고장이 생기면 초기 상황을 지방자치단체나 언론에 직접 공개하겠다는 개정 고시안을 의결한 바 있다. 지금은 시설 사업자가 이런 상황을 공개하게 돼 있는데, 원안위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다 신뢰성 있는 사건 정보를 국민에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번처럼 초기 상황을 무조건 '빨리' 발표하는 데 급급한 현재의 원안위라면, 향후에도 결과 발표를 뒤집는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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