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2차 무역담판 타협 기대감 '솔솔'…류허 양보카드 제시할듯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미국과의 2차 무역담판을 위해 방미 길에 오르며 타협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류 부총리는 시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과 함께 양국 무역갈등을 풀기 위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앞서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지난 10일 워싱턴에 도착, 미국측과 예비회담을 가진 상태다. 류 부총리 이후에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의 내달 방미설이 나오고 있어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류 부총리의 방미와 관련,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미국과 공동 노력해 이번 경제무역 문제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성과를 얻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매체 계면(界面)은 중국 정부가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NXP 인수안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ZTE 제재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며 협상에 앞서 중국에 '성의'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ZTE가 신속하게 다시 사업할 수 있도록 시 주석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ZTE는 미국 회사들로부터 개별 부품을 높은 비율로 구매한다"고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안에 대한 공청회 일정을 당초 15일에서 17일로 늦추며 합의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징벌관세 문제를 확정하기 전에 중국 측이 2차 협상을 서둘러 타결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류 부총리가 무역갈등을 완화할 양보 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루캉 대변인도 "미국이 관심을 갖는 일부 구체적 사안에 대해 중미 양측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갈등의 타협 기대감으로 14일 미국 3대 주가지수가 크게 올랐고 ZTE에 부품을 공급하는 미국 기업 주가도 상승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한 보고서에서 미 상무부가 2주 안에 ZTE에 대한 수출 및 거래 금지령을 잠정 유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면서 ZTE가 1∼1.5개월 분의 매출 손실을 보겠지만 경영을 3∼4주 안으로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매체와 전문가는 미국의 유화적 메시지를 환영하면서도 다소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언과 관련, "최근 미국의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배후에서 어떤 이익을 희생해 ZTE를 지킬 것인지를 숙고해봐야 한다"고 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한 포럼행사에 참석, "류 부총리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일정한 타협을 이루고 몇개월의 휴전기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거대 무역흑자 부분에서 양보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국제 무역환경에 대응하는 한편으로 자국 발전수요에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다만 미국이 요구하는 2년내 2천억 달러 감축은 중국도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중국은 무역 불균형을 일정 부분 개선하고 시장진입 문턱을 낮춰주되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보조지원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스 교수는 예상했다.
스 교수는 "ZTE의 사업을 신속하게 회복시키려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당신이 얻은 만큼 엄청 큰 양보를 해야만 당신과 흥정에 나서겠다'는 의미"라며 "중국으로선 미국으로부터의 압력이 약간 줄긴 했으나 ZTE와 화웨이(華爲)의 미국 투자환경이 제약을 받는 등 위협은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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