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기 중국문학에 담긴 한국인의 얼굴

입력 2018-05-15 11:24
20세기 전반기 중국문학에 담긴 한국인의 얼굴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나의 이웃''중국문학 속의 한국'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세계사의 격동기였던 20세기 전반기에 많은 조선인이 중국을 무대로 활동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글을 쓰는 중국 작가들은 주변에서 눈에 띄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소설 속에 그려 넣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조선인이 등장하는 중국문학 작품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책으로 묶여 나오게 됐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번역총서 시리즈로 소명출판에서 펴낸 '나의 이웃'(민정기 엮음/고재원 옮김)과 '중국문학 속의 한국'(홍정선·최창륵 엮음/최창륵 옮김)은 20세기 전반기에 쓰인, 조선인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중국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다. 두 책에는 각각 단편 9편이 실렸다.

'나의 이웃'에는 중국 작가들이 '이웃'인 조선인들을 다양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린 소설들이 주로 담겼다. 1919년부터 1945년까지 발표된 작품들이다. '중국문학 속의 한국'에는 조선인 항일 투사, 열혈 청년들의 모습을 그린 1920∼30년대 작품들이 수록됐다. 당대 대표작가인 궈모뤄(郭沫若, 1892∼1978)와 바진(巴金, 1904∼2005)의 작품도 포함됐다.

'나의 이웃'을 엮은 민정기 교수는 "(이 책에는)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그려진 가엾은 이웃부터 흉악한 무뢰배, 망명한 투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습의 '이웃'이 등장한다. 당초 한국학연구소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조선인 항일 투사의 형상이 동지애적 관점에서 그려진 단편들을 모은 권과 함께 짝을 이루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나의 이웃'에 수록된 표제작 '나의 이웃'(타이징눙 지음)은 베이징의 한 대학 근처 하숙집에서 지내는 화자가 후미진 옆방의 수상쩍은 남자를 범죄자로 의심하다가 조선인임을 알게 되고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되는 이야기다. 화자는 어느날 신문에서 '폭도인 조선인이 황궁을 폭파하려다 경찰에 붙잡혀 사형을 당했다. 범인은 작은 몸집에 얼굴에 마마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스무 살 남짓한…'이라는 내용을 보고 옆방에 머물던 그 조선인 남자를 떠올린다.

'중국문학 속의 한국'을 엮은 홍정선 교수는 "우리는 중국 작가들이 쓴 소설에서 적국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민족이란 사실에 대한 연민과, 그러한 나라의 젊은이들이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도 독립과 혁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에 대한 감동을 읽을 수 있다. 또 당시의 우리 민족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중국인들이 조선의 젊은이들처럼 투쟁적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반성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209쪽 1만4천원, 245쪽 1만7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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