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중국식 개혁개방' 수용하나…비핵화 앞서 북중협력에 속도

입력 2018-05-15 10:16
수정 2018-05-15 10:29
北,'중국식 개혁개방' 수용하나…비핵화 앞서 북중협력에 속도



베이징 중관촌 방문한 北노동당 친선참관단, 광둥성 등으로 향할듯

2010년 10월 유사 中모델 '공부 행보'…中과 지방 협력 추진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선언한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협력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북한은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친선참관단'을 14일 중국에 파견해 관심을 끈다.

노동당 고위 간부들로 구성된 이들의 방중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방중 이후 이뤄진 것으로,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이 아닌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선언한 가운데 중국의 경제현장을 참관하는 형식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직후인 2010년 10월 북한이 대규모 경제 참관단을 중국에 보내 개혁개방 의지를 보인 것과 이번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차례 방중 이후 노동당 참관단의 방중이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미국과는 비핵화·평화체제 논의를 진행하면서, 그와는 별도로 중국과의 경협을 통해 경제 회복을 견인하기 위해 북한 내 여론주도층이라고 할 노동당 간부들에게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북미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보인다.

지난달 20일 열린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며 "우리 당의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마무리)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핵 대신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노선 전환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키 맨'이라고 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완전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북한의 번영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서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1일 국무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 입을 통해 북한의 번영이 언급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폼페이오 북한 번영 구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언급된 것이지만 북미 양측 간에 '공감대'가 확대되는 분위기여서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북한 역시 중국과의 경협에 큰 관심을 보인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이행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상황 변화가 생긴다면 북한과의 경협은 물론 각종 지원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비친다.

근래 북한이 중국과 관계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도 결국 경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7∼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미국과 비핵화에 대해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면 중국이 중간단계에서 경제적 지원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14일 전했다.

시 주석은 이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포괄적으로 타결해야 한다"며 비핵화 요구를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단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북중 정상의 이런 대화는, 일단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제재 해제를 포함한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그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포괄적인 비핵화가 이뤄지고 안보리 제재가 완화되면 적법한 범위에서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박태성 당 부위원장 이외에 김수길 평양시 당 위원장, 김능오 평안북도 당 위원장 등으로 짜인 노동당 친선참관단은, 방중 첫날 중국의 실리콘 밸리인 중관춘 과학원 문헌정보중심을 참관했다.

베이징 현지에선 노동당 참관단이 차후 광둥성 일대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광둥성 일대는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1992년 초 직접 상하이, 선전(深천<土+川>), 주하이(珠海) 등을 순시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확대할 것을 주문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상기시키는 곳이다.

앞서 2010년 10월에도 북한 9개 도와 평양(직할시)·남포(특급시)·나선(특별시)의 당위원회 책임비서(현재 위원장) 12명으로 구성된 노동당 친선대표단이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이번 노동당 참관단이 중국의 선진화한 경제발전상을 직접 둘러보고 그 경험을 북한에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토록 하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숨통이 막힌 북한이 중국과 중앙차원의 협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 차원의 협력으로 우선 경제협력의 돌파구를 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 뒤 20개 이상의 경제개발구와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농업·관광·수산업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구를 염두에 둔 조치였지만 외국자본의 수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답보상태다.

중국과의 지방협력을 우선 추진하면서 지방경제를 살리고 미국과 비핵화 담판 후 본격적인 외국자본의 유치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과거 중국의 개혁개방과정에서 향진(鄕鎭)기업이 지방경제 활성화에 역할을 하고 추후 토착적 자본으로 성장했던 사례를 따라 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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