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한진家 의혹 계기로 재벌 해외은닉재산 정조준

입력 2018-05-14 18:18
문대통령, 한진家 의혹 계기로 재벌 해외은닉재산 정조준

총수일가 탈세 의혹 과녁에…재벌 갑질·불공정 행위 청산 강조

합동조사단으로 수사 박차…국정농단 세력 은닉재산 환수도 속도 낼 듯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서혜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재벌가의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행위"라며 강도 높은 질타를 쏟아냈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가 최근 역외탈세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문 대통령이 직접 진상규명과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재벌들의 편법행위를 방치할 경우 공정한 경제 시스템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대개혁도 차질을 빚으리라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회지도층이 해외 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가 드러나며 국민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사실상 한진그룹의 역외탈세 의혹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조 회장 남매가 부친인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로 조 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불법 해외재산 도피는 활동영역이 국내외에 걸쳐 있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치밀하게 행해져 한 부처의 개별 대응은 한계가 있다"며 관련 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 설치를 주문했다.

자칫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해 의혹이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강도 높은 합동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재벌가들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가며 교묘하게 탈세를 하고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 합동조사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18일 반부패협의회를 개최해 해외재산 환수 및 국부유출 방지책을 총론적으로 얘기한 바 있다"며 "부처가 합동으로 나서 이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번 합동조사단 구성을 계기로 다른 재벌가들의 탈세 혐의 수사도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핵심관계자는 "어느 한 기업의 문제뿐만이 아니다"라며 "일일이 다 거론할 수는 없지만, (재벌가의 탈세 문제는) 제법 광범위하게 사회문제화 돼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재벌가의 탈세와 별도로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검찰이 하는 부정부패 사건과 관련해서도 범죄수익 재산이 해외에 은닉돼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어 모두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범위에 대해서 "기업과 개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전 정권 국정농단 연루 인사들의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촉구하면서, 적폐청산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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