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흡연경고 그림 커진다…'무광고 포장'도 검토
복지부, 가격인상 약발 떨어지자 비가격 금연정책 강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보건당국이 흡연율을 낮추고자 비가격 금연정책의 강도를 한층 높인다. 담배가격 인상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가격정책이 한계를 보이는 데다 특히 일반담배를 피우다가 가열식의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흡연자가 많아지면서 흡연율 하락세가 주춤해질 조짐을 보이자 흡연경고 그림과 문구 등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담뱃갑 면적의 30% 이상으로 한정된 흡연경고 그림 표기면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아가 담뱃갑 디자인의 규격과 색상을 일원화하는 '규격화 무광고 포장'(Plain packaging)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담뱃갑 앞뒷면에 면적의 30% 이상 크기의 경고그림을 부착하고 20% 이상의 경고 문구를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경고 그림과 문구를 다 합쳐도 50%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
이와는 달리 흡연경고그림을 도입한 많은 국가의 표시면적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다.
경고그림은 200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2017년 2월 기준으로 전 세계 105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이 가운데 43개국은 65% 이상의 넓이에 의무적으로 경고그림을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네팔은 90% 이상, 태국과 인도는 85% 이상, 호주와 뉴질랜드, 우루과이, 스리랑카는 80% 이상을 경고그림으로 표시하게 하고 있다.
금연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담뱃갑 경고그림을 지금보다 더 키워야 한다고 금연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박사는 지난해 11월 30일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담배규제 정책포럼'에서 경고그림 면적을 확대하고 효과가 낮은 그림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고그림은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강력한 흡연 예방 효과를 보인다.
캐나다 연구결과를 보면, 경고그림은 흡연자가 될 확률을 12.5% 떨어뜨리고, 흡연자가 금연 시도를 할 가능성을 33% 증가시켰다. 경고그림 도입 후 캐나다에서는 청소년 흡연율이 2001년 22.5%에서 2006년 16%로 낮아졌다. 호주에서는 흡연율이 3% 떨어지고, 영국에서는 흡연자 수가 0.5% 감소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규제정책 중에서 경고그림은 담배가격 인상, 금연구역 확대 등과 더불어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정책 중 하나로 꼽았다.
보건복지부가 향후 금연정책 검토 리스트에 올려놓은 '무광고 포장'은 경고그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담뱃갑 자체를 규제하는 방안이다. 담배제품 포장에 브랜드 이름 이외의 로고, 색상, 브랜드 이미지, 판촉 정보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호주가 가장 앞장서서 무광고 포장을 시행했다. 호주는 2006년부터 앞면 면적의 75%, 뒷면의 90%에 14종의 흡연 경고그림 및 문구를 표기하도록 한데 더해 2012년부터 모든 담배 브랜드의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뿐 아니라 색상까지 짙은 올리브색으로 통일시킨 규격화된 담뱃갑 포장을 도입했다.
이렇게 보건복지부가 비가격정책의 수위를 높이려는 것은 흡연율이 담뱃값 인상 후 잠시 주춤했다가 가격 인상의 충격이 가시면서 반등세로 돌아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2015년 1월 담뱃값 2천원 대폭 인상(갑당 2천500원→4천500원)에 힘입어 2015년에 남자 흡연율은 39.4%로 큰 폭으로 내려갔지만, 2016년에 40.7%로 다시 올랐다.
당시 복지부는 흡연율이 오른 이유로 비가격정책이 동시에 시행되지 못하면서 가격정책 효과가 반감된 점을 꼽았다.
실제로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 정책은 담뱃값 인상 후 2년이나 지난 2016년 12월 시행됐다. 그마저도 시중에 경고그림이 부착되지 않은 담배가 모두 소진되는 데 걸린 기간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2017년 2월 중순께부터 본격 시행됐다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경고그림과 금연구역 확대 등 비가격정책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면 담배판매량이 줄어들면서 흡연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헬스플랜 건강검진종합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남성 흡연율을 29%로 떨어뜨리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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