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땐 北HEU탄 보유 여부 확인 불가능할 듯
北 HEU탄 개발·보유 '베일'…美,다른수단으로 확인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갱도 폭파방식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후 출입구를 폐쇄해 버리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탄 개발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때 HEU를 원료로 사용해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당시 한미 양국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진행했던 방사성 물질(핵종) 포집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를 확인할 유일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여겨졌으나, 북한이 핵실험장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HEU탄 개발을 부인한다면, '유효한' 확인 수단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이 이뤄진 2번 갱도의 구조가 핵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여러 개의 격벽과 달팽이관 구조로 설계되었을 것으로 추정만 해왔다.
2010년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가 서방과학자로는 마지막으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이후 북한의 HEU 생산 시설과 생산량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북한은 영변 우라늄 시설에서 2010년 말 이후 연간 최대 40㎏의 HEU를 생산할 수 있는 2천기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가량의 HEU로 핵폭탄 1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연간 4기의 HEU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산술적으로 2010년 말부터 2017년까지 280㎏의 HEU를 생산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실제 그 것의 2배 이상을 확보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만약 북한이 다음 달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HEU 보유량과 생산시설 등을 자진 신고하지 않는다면 이런 계산은 추정치에 불과하다. 북한이 개발한 HEU탄을 비밀장소에 감춰도 추적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A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미 당국 역시 북한의 '미래 핵'은 물론 '보유 핵'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HEU탄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확실한 '폐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북한이 전문가들의 참관 없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면, 미 정부는 그 외 다른 방법으로 북한의 HEU탄에 대한 확인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붕괴시키면 HEU를 체증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HEU 실험을 했는지 안 했는지 결정적인 증거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북한은 지금까지 HEU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미 협상 과정에서 이를 부인할 수도 있다"면서 "저농축우라늄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만 말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HEU와 중수소, 삼중수소 같은 핵물질의 보유량, 위치, 생산방법 등을 비밀에 부칠 경우 협상이 막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스모킹건'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서방국가의 북핵 시설에 대한 휴민트(인적정보) 및 시긴트(감청영상정보) 능력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군에서 화생방 관련 업무를 한 전문가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를 폭파로 붕괴시키면 이론적으로는 나중에 대규모 탐지 장비를 동원해 이를 뚫어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그러나 화강암지대로 이뤄진 핵실험장을 수직으로 700m 이상을 뚫어 시료를 얻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론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