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외교관들, '가택연금' 류샤 만나려다 저지당해

입력 2018-05-14 12:47
서방 외교관들, '가택연금' 류샤 만나려다 저지당해

"출국 허용하겠다던 중국 정부 계속 말 바꿔"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7월 간암으로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를 서방 외교관들이 만나려다가 저지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프랑스, 독일 등 5개국 외교관들이 베이징에 있는 류샤의 자택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주택 단지의 경비원에 가로막혀 류샤를 만날 수 없었다.

이 경비원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 후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진입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류샤는 류샤오보의 사망 후 외국으로 이주하길 원했으나, 지난해 7월 15일 남편의 장례식 직후 중국 당국에 의해 윈난(雲南) 성 다리(大理) 시로 강제 여행을 가면서 외부와 40여 일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베이징의 자택으로 돌아왔으나, 정부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해 외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극심한 슬픔에 빠져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심장 질환과 졸도 증상까지 보인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류샤의 친구인 반체제 작가 예두(野渡)는 "처음에 당국은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류샤의 출국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4월 말까지 떠날 수 있다고 하는 등 줄곧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류샤는 여권마저 빼앗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말까지 그녀는 출국이 가능하다고 믿었으나, 이제는 절망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류샤는 최근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와의 전화 통화에서 "떠날 수 없다면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 죽음으로 저항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것은 없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독일 정부가 류샤의 출국을 촉구했으나, 중국 정부는 "류샤는 중국인으로서, 중국법에 따라 관련 사안을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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