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패싱' 몰린 日아베 "납치문제 해결위해 북일정상회담 하자"

입력 2018-05-14 11:08
수정 2018-05-14 17:58
'재팬패싱' 몰린 日아베 "납치문제 해결위해 북일정상회담 하자"



중의원 예산위 발언…"북일이 대화하지 않으면 최종적 해결 안돼"

북한은 '납치문제 이미 해결' 입장 고수…회담 전망 여전히 불투명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아베 총리는 북일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이유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를 거론하기로 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북일이 서로 대화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며 "일본 독자노력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납치문제 제기는 이에 대한 북한측 입장 확인 및 북일간 대화 분위기 조성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란 게 아베 총리의 발언에 담긴 뜻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결(CVID)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납치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며 "납치문제 해결로 연결되려면 당연히 북일정상회담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모든 경로를 통해 일본의 생각을 북한측에 전달하고 있다"며 "평양선언에 따라 납치,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양국간 불행한 과거를 청산, 정상화하겠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아베 총리의 국회 발언은 종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북일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비해 강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그동안은 납치문제 등을 거론하며 북일간 대화의 필요성이 있다거나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좋겠다는 정도의 수위였지만 이날은 국회 답변 방식을 통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연히' 북일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북한을 둘러싼 최근 정세에서 '국외자' 취급을 받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오는 23~25일 예정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에 일본 언론을 초청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남북과 미국, 중국, 러시아와 함께 6자회담 참가국이다.

북한은 일본 대신 영국 언론을 초대하는 방법으로 일본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일본측의 북일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도 불쾌해 하는 반응을 잇따라 내놨다.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제시한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미 해결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를 다시 꺼내는 것은 한반도 평화기류를 한사코 막아보려는 치졸하고 어리석은 추태"라고 했다.

앞서 통신은 "일본이 평양 문턱을 넘어서 보려고 구차하게 빌붙으며 별의별 술수를 다 쓰고 있지만, 지금처럼 놀아댄다면 언제 가도 그것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북일간에 입장차가 명확하다. 설사 양측 정상이 만난다고 해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내각관방 산하 '납치문제대책본부'는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가 17명이라고 규정했다. 이 가운데 5명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 방북 당시에 귀국했다.

그런 만큼 현재 문제가 되는 납치피해자는 12명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생사확인 및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 정부는 883명을 특정실종자로 보고 있다. 특정실종자는 납치 피해자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말한다.

그러나 북한은 12명 가운데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있지 않다며 일본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즉, 납치문제 자체가 이미 해결된 사안이란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아베 총리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납치문제를 고리로 북일정상회담 의지를 밝혔지만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북한의 경제지원 등이 필요할 경우엔 일본의 역할이 있을 것이란 게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아베 총리가 북미정상회담 전인 내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모색하고, 북미회담 이후의 트럼프 대통령 방일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는 예산위원회에서 "북미정상회담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결과를 들을 생각"이라며 "어떤 형태로 할지는 앞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대화 의사 표명은 지속해서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향후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일본의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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