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혼전…시아파 야권 약진에 집권당 3위 달려

입력 2018-05-14 10:50
이라크 총선 혼전…시아파 야권 약진에 집권당 3위 달려

예상 깨고 강경 시아파 '행군자 동맹' 중간개표 1위

현 총리 연임 어려울 듯…"차기 총리 누가될지 안갯속"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한 뒤 처음으로 열린 이라크 총선이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간개표 결과 야권 2개 정파가 약진하면서 현 총리인 하이데르 알아바디의 정파가 예상을 깨고 3위권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알아바디 총리의 연임이 불투명해진 속에 이대로 선거가 끝나게 되면 어느 정파가 집권하든 이라크 정치 지형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이 확보한 전날 이라크 총선 중간개표 결과에 따르면, 강경 시아파 종교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주도하는 '행군자동맹'(알사이룬)이 가장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군자동맹은 이라크 18개 주 가운데 6개 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4개 주에서는 2위에 랭크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행군자동맹이 선두를 달리는 주의 수가 10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IS와 맞서 싸운 시아파 민병대 주축의 '정복동맹'은 4개 주에서 1위, 8개 주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알아바디 총리가 이끄는 '승리 동맹'(타하로프 알나스르)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겨우 한 주에서만 우세를 보이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IS 격퇴전을 마무리 지은 뒤 이번 총선에서 시아파 정파를 이끌며 연임을 노린 알아바디 총리의 목표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AFP통신은 "이라크의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 예측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알아바디 총리가 막판 뒤집기에 극적으로 성공하더라도 국정 주도권은 현저히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반 의석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과거보다 지지 기반이 상당히 약화한 상황에서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알사드르 외에 이번 총선에 참가한 다른 시아파 정파는 이란과 밀접해 미국, 이란, 사우디 사이에서 '줄타기'하려는 알아바디 총리의 정국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행군자동맹 등 야권이 승리하게 되면 아예 새로운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총선을 압도한 정파가 없다면 여전히 이라크 정치권은 한동안 연정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군자동맹을 이끄는 알사드르는 외세를 배격하는 민족·국가주의 성향 성직자로 알려졌다. 수니파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후 미 군정 시기에 반미 무장투쟁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이란의 개입에도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서는 현 정부의 부패와 종파주의를 비판하는 선거운동을 벌였다.

WP는 알사드르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행군자동맹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라크의 차기 지도자를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 의회의 의석 총수는 329석이다. 이번 선거에는 총 6천990명이 입후보했다.

다만 투표율은 44.5%에 그칠 정도로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총선이 열린 2014년 4월 투표율은 약 62%였다.

이번 이라크 총선의 동향은 중동 내 이란 세력의 건재로 관측되기도 한다.

이란은 중동에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레바논 총선에서도 친이란 정권이 승리, 시아파 무장정파이자 이란을 대리하는 병력인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안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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