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서 후배·전 동료 만난 김태균 "초심 찾았습니다"

입력 2018-05-14 10:10
2군에서 후배·전 동료 만난 김태균 "초심 찾았습니다"

"2군에서 열심히 하는 후배 보며 대충 뛰면 안 된다고 자각"

"지난해까지 함께 뛰다 코치하는 전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 받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태균(36·한화 이글스)에게 2군은 '잠시 쉬다 오는 곳'이 아니었다.

"후배들에게 미안했고, 코치들께 자극을 받았죠. 예전에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뛰었는가를 생각할 계기였습니다."

김태균은 초심을 떠올렸고, 다시 자신과 치열하게 싸웠다.

1군으로 돌아온 김태균이 맹타를 휘두르면서, 한화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태균은 지난주 팀이 치른 5경기에서 22타수 7안타(타율 0.318), 2홈런, 5타점을 올렸다. 한화는 4승 1패를 거뒀다.

팬들이 아쉬워했던 장타력까지 살아났다. 김태균은 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2-1로 근소하게 앞선 8회 쐐기 투런 아치를 그렸고, 1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0-2로 끌려가던 9회말 1사 1루에서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김태균이 다시 두려운 타자로 돌아왔다.

그는 "(한화 2군 훈련장이 있는) 서산에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김태균은 3월 31일 대전 SK 와이번스전에서 손목 사구 부상을 입었고 4월 1일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4월 19일 1군으로 복귀할 때까지, 18일 동안의 서산 생활이 김태균에게 좋은 자극을 줬다.

김태균은 "사실 서산으로 내려가며 머릿속이 무척 복잡했다. 정신적으로 흔들렸다"고 털어놓은 뒤 "최계훈 2군 감독님, 김성래 2군 타격코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재활군에서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부상을 잘 치료했다"고 했다.



더 큰 자극을 준 이도 있다.

김태균은 4월 17일과 18일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나섰다. 김태균이 2군 경기에 출전한 건, 2009년 6월 이후 9년 만이다. 그사이에 부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적은 있지만, 부상을 회복하면 바로 1군에 복귀했다.

김태균은 "서산에는 정말 치열하게 훈련하고, 2군 경기에 나서는 후배들이 있다. 그 후배들을 보면서 '내가 2군 경기에 뛰는 게 후배들의 기회를 빼앗는 건 아닐까'라는 미안함이 컸다. 그래서 대충대충 할 수 없었다. 열심히 하는 선수가 기회를 잡는다는 걸 보여줘야 후배들도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함께 선수로 뛴 차일목 재활군 코치, 정현석 육성군 코치와의 '서산 재회'도 김태균에게 깨달음을 줬다.

김태균은 "새 출발 한 코치님들이 정말 열심히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선수인 나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신인이던 2001년부터 늘 1군에서 뛰었고, 곧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 많은 이들이 김태균의 등을 보며 뛴다. 한 번도 김태균을 넘어서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끝내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김태균이 모처럼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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