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두바이 北옥류관 문전성시…"두 여사 포옹에 감격"

입력 2018-05-13 08:00
[르포] 두바이 北옥류관 문전성시…"두 여사 포옹에 감격"

종업원들, 남북 정상회담 생방송으로 봐…평양냉면 인기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구시가지의 애스콧 호텔 1층에 있는 북한식당 옥류관은 평일인 8일(현지시간)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제법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자리를 잡자마자 대부분 평양냉면을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옥류관의 북한 여종업원은 "냉면의 원료인 메밀을 평양에서 직접 가져와 맛이 다르다"는 자랑을 잊지 않았다.

평양냉면을 주문한 두바이 주재원 김모 씨는 "최고의 히트상품 아니겠냐"면서 "냉면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한국에서는 먹지 못하는 옥류관 평양냉면을 꼭 맛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옥류관이 있는 애스콧호텔은 교통이 불편하고 한국인이 주로 사는 지역과 먼데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호텔 현관 벽면에 펄럭이는 인공기가 색다른 느낌이었다. 북한과 수교 관계인 UAE에서는 옥류관이 아부다비에 1곳, 두바이에 2곳이 영업 중이다. UAE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지난해 10월 이곳에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신규 비자를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북한 노동자의 취업비자와 사업장의 영업 허가도 갱신하지 않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두바이 옥류관은 현지에서 잘 알려진 식당이지만 그간 한국인 사이에선 꺼리는 식당이었다.

북한과 관계가 경색됐던 지난해까지 주두바이 총영사관은 한국인들에게 옥류관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종종 요청했다.

두바이에 사는 한국 국민이나 관광객도 혹시나 책을 잡힐까 봐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 해빙모드가 지난달 27일 정상회담으로 최고조에 달하자 옥류관에 대한 암묵적인 '통행금지령'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정상회담에서 주목받은 평양냉면을 먹으러 오는 한국인 덕분에 인기 식당이 된 것이다.

옥류관 종업원 이모 씨는 "요즘 많이들 오십니다"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남북 정상회담 장면을 봤느냐는 질문에 "숙소에서 TV 생중계로 지켜봤다"면서 "리설주 여사와 김정숙 여사가 포옹하는 장면이 가장 감격스러웠다"고 답했다.

이 씨는 "두 여사가 마치 엄마와 딸처럼 다정해 보였다"면서 "북남도 그렇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식당엔 요리사와 홀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15명 정도다. 손님이 볼 수 있는 홀서빙 종업원은 대개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3∼5년간 두바이 옥류관에서 일하고 귀국하고 1년에 한 번씩 평양으로 휴가도 간다고 했다.

평양냉면의 가격은 200g짜리가 60디르함(약 1만8천 원), 300g짜리가 70디르함(약 2만1천 원)이었다. 맥주는 하이네켄 생맥주를 내놨지만 증류주는 평양소주를 판매했다.

두바이 한국 식당에서 파는 김치찌개 가격과 비슷했다.

북한 여종업원들은 한국 손님에게 스스럼없이 농담도 곧잘 건넸다.

한 남성 손님이 "냉면이 맛있는데 집에서 해먹어봐야겠다"고 하자 여종업원은 "한국에선 남자도 요리하느냐. 북한에서는 집에서 여자만 음식을 만든다. 남남북녀라는 데 남한 남자하고 결혼하면 편하겠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별실로 가면 노래방 기계가 있는데 남한 노래도 부를 수 있다"면서 저녁 식사 때는 별실이 만석이 된다고 말했다.

이 식당엔 '묘향산', '대성산' 등 북한의 산 이름이 붙은 별실이 4개가 마련됐다.

한국인에게 아무래도 생소한 북한 음식을 먹는 방법이나 조리법, 효능과 같은 설명도 잊지 않고 설명하면서 친절하게 응대했다.

한국 대통령에 대한 호칭도 바뀌었다.

2015년 두바이의 옥류관을 찾았을 때는 '그쪽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님'이라고 깍듯하게 불렀다.

당시엔 식당 내외부에서 사진을 엄격하게 찍지 못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메뉴판만 빼고 마음대로 찍어 많은 사람이 알게 해달라"고 했다.

옥류관을 찾은 한 한국인 손님은 "주문을 한국말로 할 수 있어 (종업원이 외국인인) 두바이의 다른 한국식당보다 더 한국식당 같다"면서 "예전엔 옥류관에 오면 감시당하는 기분이었는데 몇 달 만에 가족을 데려오고 싶은 곳으로 갑자기 변했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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