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유지' 외교전…"산업적 수준 우라늄농축 준비"(종합)
이란 외무, 12일부터 중·러·EU 차례로 방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이를 유지하기 위한 '대미 동맹'을 구축하는 이란의 외교전이 활발하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밤부터 중국과 러시아,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를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미국이 없이도 핵합의를 원안대로 유지,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이란은 이들 정부의 확약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EU 본부에서는 핵합의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이들 EU 국가는 핵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탄도미사일 제한, 일몰조항 폐지, 이란의 역내 개입 제한 등을 포함한 새로운 핵합의로 수정해야 한다는 쪽이다.
자리프 장관은 이들 EU 측을 만나 핵합의 수정을 할 수 없다는 이란 정부의 기존 주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자리프 장관은 11일 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노르웨이와 일본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로 핵합의를 계속 준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란 외무부가 밝혔다.
이란 정부는 또 11일 '미국의 핵합의 탈퇴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란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불법적인 핵합의 탈퇴는 그의 그간 언행을 고려할 때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극단주의적 행정부'라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터무니없는 험담은 그의 무지와 미련함을 방증한다"면서 "미국이 핵합의에서 빠지면서 의사 진행 방해자가 없어졌을 뿐이다"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유럽 서명국은 미국이 탈퇴하기 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방해로 핵합의를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그들은 핵합의를 지키기 위한 어떤 선제 조건없이 실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란 원자력청은 이란의 최신 연구·개발 성과를 이용해 어떠한 제한 없이 산업적 수준의 우라늄농축을 준비하는 모든 필요한 절차를 갖췄다"고 밝혔다.
'산업적 수준의 농축'을 통상 원자력발전소의 연료봉으로 쓸 수 있는 4∼5% 수준의 농축을 일컫는다. 이는 핵합의에서 정한 농도 3.67%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또 '제한 없는 농축'이라는 표현은 핵합의에서 정한 3.67% 농도의 우라늄 보유량(최대 300㎏)을 넘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농축과 관련, 이란이 이를 가동하면 1년여 만에 핵무기 제조가 가능(농도 90% 이상)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고 미국 보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한편, 11일 테헤란 시내에서는 금요기도가 끝난 뒤 수천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와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을 성토하는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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