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엔 잘 안들리는 대북확성기…대령·업자·보좌관 등 20명 기소(종합)
가청거리 납품기준 10㎞의 절반 '불량품'…로비 통해 평가기준 바꿔
검찰, 166억원 대북확성기사업 비리 수사 마무리…軍 관계자 6명 기소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방현덕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현직 대령과 국회의원 보좌관, 브로커, 업자 등 20명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브로커를 동원해 166억원 규모의 대북확성기 사업을 낙찰받은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대표 조모씨와 업체 측 편의를 봐준 권모(48) 전 국군심리전단장(대령), 브로커 2명 등 4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13일 밝혔다.
비리에 연루된 군과 업체 관계자 등 1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대북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이후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자로 선정된 인터엠은 2016년 말 확성기 40대(고정형 24대·기동형 16대)를 공급했으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입찰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검찰이 지난 2월 감사원 요청에 따라 수사에 착수해 3개월간 진행한 결과 인터엠의 확성기는 군이 요구하는 '가청거리 10㎞'에 미달하는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군은 도입 과정에서 확성기의 가청거리를 주간·야간·새벽 3차례 평가했지만, 성능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업체는 브로커를 동원해 로비를 벌였고, 군은 권 대령 등의 지시에 따라 소음이 적은 야간이나 새벽 중 한 차례만 평가를 통과하면 합격하도록 인터엠을 위해 기준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에 입찰한 8개 업체 중 인터엠이 홀로 1차 평가를 통과하는 과정에도 수입산 부품을 국산으로 속이는 등의 불법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인터엠은 군에서 만드는 제안요청서 평가표에도 브로커를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항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질문지와 답지를 모두 업체가 작성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확성기 사업 관련 미공개정보를 브로커에게 전달한 의혹이 제기된 송영근 전 의원의 중령 출신 보좌관 김모(59)씨, 업체로부터 5천여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전 양주시의회 부의장 임모(59)씨 등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과 공조 수사한 국방부 검찰단이 대북확성기 사업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한 군 관계자는 권 대령을 포함해 총 6명이다.
송모 전 국군심리전단 작전과장(중령)은 인터엠이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개입한 혐의로, 황모 중령과 한모 상사는 민간업체가 계약대금보다 2억원 정도 적은 물량을 납품했음에도 계약대로 납품한 것으로 검수 및 납품 조서를 작성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진모 상사는 대북확성기 사업 입찰 정보를 입찰 공고 전 업체에 전달한 혐의로, 김모 사무관은 업체 직원으로부터 향응을 받고 확성기 입찰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대북확성기 사업 추진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부가 지휘, 감독을 부적절하게 한 점과 국군재정관리단의 계약업무에 문제가 있었던 점 등을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통보해 법적 책임 부과 여부를 검토하도록 조치했다.
현재 남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이달 4일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확성기 방송 시설을 모두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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