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노조 결성 사측개입' 의혹 기업에 "과반수 노조 없다" 결정
중앙노동위, 초심판정 뒤집고 '1·2노조 동수' 결론…노동계 반발
"외국인 노동자 회유·가입 유도, 입사 전 가입…노조 무력화 시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사측이 제2노조 결성에 부당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사업장의 '과반수 노조 결정 이의신청'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초심 판단을 뒤집고 과반수 노조가 없다는 결정을 내리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생산직 노동자 약 30명이 일하는 인천의 한 중소기업 A사에서는 2016년 말 조합원 11명으로 된 노동조합이 결성돼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소속 지회다.
노조는 단체협약 효력 종료를 앞둔 올해 1월 15일 사측에 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관련법은 사용자가 노조의 교섭 요구 공문을 받은 날부터 7일 동안 이를 공고하고 노조는 공고 기간에 교섭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사흘이 지나서야 이를 공고했고 이 때문에 노조의 교섭 신청 기간은 같은 달 18∼25일로 정해졌다.
그러는 사이 A사의 다른 노동자 14명이 제2노조를 결성했고, 이 노조는 출범 직후인 1월 23일 사측에 교섭을 신청했다. 단일노조에서 복수노조 구도로 바뀌어 사측과의 교섭을 위해서는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노사 교섭을 하려면 교섭권을 가진 '교섭대표 노조'를 결정해야 한다. 노조 간 합의가 안 되면 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가한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노조가 교섭대표 노조가 된다.
기존 제1노조는 사측이 관련법에 따라 교섭 요구 당일인 1월 15일 지체 없이 공고했다면 교섭 신청 기간이 22일 끝났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자신들을 교섭대표 노조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고 사측도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제2노조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1노조는 사측이 외국인 노동자 4명에게 2노조 가입을 사실상 지시했다면서 '사측이 임금을 올려줄 것이라고 해 제2노조에 가입했다'는 취지의 외국인 노동자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노동위에 근거자료로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지방노동위는 지난 3월 20일 제2노조의 외국인 노동자 4명과 입사 전에 노조에 가입한 한국인 노동자 1명을 조합원 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2노조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2노조 조합원을 9명만 인정함으로써 1노조의 과반수 지위는 유지됐다.
2노조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고 사건을 심의한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인천지노위 결정을 취소하고 '과반수 노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앙노동위는 문제가 된 외국인 노동자 4명 가운데 2명을 다시 조합원 수 산정에 포함해 제2노조 조합원을 금속노조 지회와 동수인 11명으로 판단했다.
이로써 1노조는 과반수 노조 지위를 잃고 교섭권 행사가 어려워졌다. 1노조와 민주노총은 "중노위가 사측 입장에서 편파 심의를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직권조사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제2노조에 가입했다'는 취지의 외국인 노동자 말만 듣고 사측의 2노조 결성 개입 정황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중앙노동위 재심 심문회의 증거자료 등록 때 사측의 2노조 결성 개입 정황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을 누락한 점, 심문회의 위원 변경 통보를 받지 못한 점, 근로자위원에게만 결정 통보가 늦은 점 등도 편파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1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시도에서 촉발됐다"며 "소송 제기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사건 처리 문제점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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