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朴에 인적쇄신 고언하고 사표…崔존재 억장 무너져"(종합)

입력 2018-05-11 18:41
이원종 "朴에 인적쇄신 고언하고 사표…崔존재 억장 무너져"(종합)

'특활비 수수' 박근혜 재판 증언…"국정원 돈 쓰고 남은 것 朴에 반환"

이병호 "대통령이 잘 봐줄 것 기대하고 줬다면 나쁜 사람"…뇌물 부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잘 봐주겠다는 생각으로 (특활비를) 지원했다면 진짜 나쁜 사람"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 전 원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하면서 특활비 지원에 위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대통령은 안보의 총책임자"라며 "어떤 식으로 안보 행위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원된 자금이 안보를 강화하는 국정 운영에 사용한다는 신뢰 속에서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에는 이게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국가 안보 운영을 하면서 특활비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법적 측면으로만 따질 수 없다. 좀 더 큰 차원의 이야기"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특활비 지원을 뇌물로 본 검찰을 향해 "대통령에게 돈을 드리면 저한테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겠느냐"라며 "'대통령이 나를 잘 봐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다면 그건 진짜 나쁜 사람, 부패한 사람이다. 부인한다"고 항변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후임인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총 19억원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지원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에 3개월에 걸쳐 1억5천만원을 별도 지원한 혐의도 있다.



이날 오후 증인으로 나온 이원종 전 실장은 "이병호 전 원장이 매월 '5개쯤' 보내주겠다고 해서 실장 판공비 500만원이 제도적으로 운영되나 보다 생각했다"며 "그런데 실제 온 돈이 5천만원인 걸 보고 개인 판공비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이 "내가 지시해서 조치한 것이니 비서실 운영비로 쓰시라"고 말했다고 이 전 실장은 증언했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실에 별도로 지원된 국정원 자금은 언론에 미르·K재단 설립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3개월 만에 중단됐다.

이 전 실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인 2016년 10월 말 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사표와 함께 국정원 자금 중 남은 3천만원을 반환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부터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 가장 아끼는 사람부터 치시라"고 고언한 뒤 "저도 물러난다. 제대로 보필 못 해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실장은 "대통령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표정이었는데 제가 그냥 돌아서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그는 최씨에 대해선 "국정감사 때도 최순실이란 존재가 대통령과 친한 사람으로만 알았지 도저히 국정에 개입할 그룹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나중에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데 들어갔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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