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대통령이 잘 봐줄 것 기대하면 나쁜 사람"…뇌물 부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서 증언…"안보 강화에 사용한다고 믿고 지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잘 봐주겠다는 생각으로 (특활비를) 지원했다면 진짜 나쁜 사람"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 전 원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하면서 특활비 지원에 위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대통령은 안보의 총책임자"라며 "어떤 식으로 안보 행위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원된 자금이 안보를 강화하는 국정 운영에 사용한다는 신뢰 속에서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에는 이게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국가 안보 운영을 하면서 특활비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법적 측면으로만 따질 수 없다. 좀 더 큰 차원의 이야기"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특활비 지원을 뇌물로 본 검찰을 향해 "대통령에게 돈을 드리면 저한테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겠느냐"라며 "'대통령이 나를 잘 봐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다면 그건 진짜 나쁜 사람, 부패한 사람이다. 저는 부인한다"고 항변했다.
이 전 원장은 다만 검찰이 "매월 정기적으로 보낸 부분은 어떠냐"고 묻자 "그건 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양이 이상하다"고 답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후임인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총 19억원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지원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에 1억5천만원을 별도 지원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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