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못 팔아도 마실 수 있어요"…대학가 축제 음주문화는 여전

입력 2018-05-11 06:10
"술, 못 팔아도 마실 수 있어요"…대학가 축제 음주문화는 여전

총학생회 대부분 주류판매 금지했지만 외부에서 사오는 것은 허용

"일방적 술판매 불허" 불만…"이번 기회에 음주축제 없애야"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술 없이도 꿀잼(아주 재밌음) 보장!", "주류는 판매하지 않으니 직접 구매해 와 주세요."

국세청과 교육부가 각 대학에 주류판매 금지를 권고한 공문을 내려보냈지만 봄 축제가 열린 서울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술잔이 오갔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축제 기간에 주류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지만, 손님이 술을 사 오는 것은 허용했기 때문이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8일부터 전날까지 축제가 열린 세종대에서 주점을 하는 각 단과대는 일찍이 제작해놓은 홍보용 현수막과 메뉴판에서 맥주, 소주 등 주류를 모두 지웠다.

대신 화이트보드 등을 세워놓고 술은 판매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은 괜찮다고 공지했다.

덕분에 대학 주변 편의점은 호황을 누렸다. 술 없이는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없다는 생각에 편의점에 맥주 등을 사서 가방에 담아가는 손님들이 줄지었다.

세종대 축제를 찾아온 다른 학교 학생 최모(20)씨는 "맨정신으로 다른 학교 축제에 놀러 오기 민망해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를 두 캔 구매했다"고 말했다.

주점 곳곳 아이스박스에서도 맥주병이 눈에 띄었다. 교육부에서 공문을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기 전 미리 구매해놓은 것인데 버릴 수 없으니, 학생들이 자체소비하기로 한 것이다.



중간고사를 치르며 축젯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학생들은 정부의 지침에 분통을 터뜨렸다. 축제가 임박한 때에 공문이 내려온 것도 수긍하기 어려운데, 수십 년도 더 된 축제 관행을 바꾸는 일을 학생들과 논의도 없이 추진한 점이 불만이었다.

성균관대 조기화 총학생회장은 "축제 일주일 전에 교육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는데 문제점을 검토하고 따져보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며 "일부 기업은 주류 판매가 취소되자 행사 지원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앙대 17학번인 박모(21)씨는 "학생들이 술을 팔고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학생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편의점주들만 배를 불릴 것 같다"며 "차라리 술 판매를 허용해 학생들이 이익을 얻는 게 낫다"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생 이모(21·여)씨는 "대학축제에서 학생들이 술을 팔아온 것은 아주 오래된 관행으로 알고있다"며 "주변 상인들과 학생사회가 협업한다거나, 그런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것이고 그런 대안을 교육부가 제시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이번 기회에 대학가 축제에서 술을 마시는 문화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앙대에 다니는 양모(20·여)씨는 "술에 취해 난동부리는 학생들이 없을 것 같아서 '술 없는 축제'를 환영한다"며 "밖에서 비싼 돈 주고 술을 사 오는 학생도 적을 것 같아 술 없는 '진짜' 대학축제를 즐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한양대 1학년생 최모(21)씨는 "대학에 들어와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분위기를 깬다는 이야기가 내내 불편했다"며 "이번 기회에 대학에서 음주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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