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열풍] ② 상품권에 매료된 지자체…발행규모 3천억 넘어
올해 들어서만 5개 지자체 도입…하반기 7곳 동참 예정
지역 자금 역외유출 최소화·소상공인 매출 확대 효과 커
(전국종합=연합뉴스) 고향 사랑 상품권은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국가적인 법정화폐와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고 관리까지 맡는 지역화폐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온누리 상품권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겨냥해 만들어진 것과 달리 이 상품권은 이를 발행한 지자체 내에서 대부분의 물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다.
지역 내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을 최소화하고, 지역민의 내 고장 상품 소비와 유통을 촉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지역 내 거래와 생산을 증가시켜 지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시 지역 소비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관광객에게 발행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 소상공인 1인당 소득 2% 상승
각종 연구결과도 고향 사랑 상품권 효과를 확인해준다.
행정안전부가 올 초 내놓은 '고향 사랑 상품권의 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제도화 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품권 도입으로 강원 양구군 소상공인의 1인당 소득이 2.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주민이 타 지역 소비를 줄이고 지역 내 소상공인 상품 이용을 늘린 것이다.
관광객에게 상품권을 판매하는 강원 춘천시는 외지인이 지역 내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가 컸다.
작년 1∼8월 상품권 판매액은 6억원이었는데, 지역 내 매출은 22억8천만원으로 3.75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광객 한사람이 춘천을 찾아 상품권 1만원을 구매하면 지역 내에서 3만7천500원을 소비한다는 뜻이다.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강원 화천군은 지역민과 외지인 모두에게 상품권을 판매하는 데 상품권 발행과 운영에 들어간 예산(4천400만원) 대비 부가가치가 15.9배(6억9천800만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고향 사랑 상품권이 순탄한 과정만 밟아온 것은 아니다.
첫선을 보인 것은 상품권 발행에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없앤 1999년이다.
강원 태백, 충남 예산, 경북 고령 등 3개 지자체가 처음 도입했고, 지금까지 19년 동안 72개 자치단체가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용의 불편함 등으로 호응을 얻지 못하며 중도 포기한 곳이 속출했고 지난해까지 50여 개 자치단체에 머물렀다.
고향 사랑 상품권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이를 활성화하기로 하면서다.
◇ '고향 사랑 상품권 활성화 법' 제정 등 지원 강화
정부는 갈수록 무너지는 골목상권을 되살리고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지방공무원의 신규 복지수당과 복지 포인트를 최대 30%까지 고향 사랑 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상품권 도입과 발행 근거를 담은 가칭 '고향 사랑 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도 제정해 각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 덕분에 지난해까지 56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였던 고향 사랑 상품권 발행 지자체는 올해만 12곳이 추가될 전망이다.
이미 전남 순천시, 경북 영덕군, 경남 고성군 등 5곳이 올 초에 이를 도입했다.
하반기에는 강원도 원주, 충북 옥천, 경남 김해 등 7곳이 뛰어들 예정이다.
주로 농어촌지역에 국한됐던 발행지역도 경기도 안양과 부천, 광명 등 대도시권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발행규모 역시 2015년 892억원에서 2016년 1천87억원, 2017년 3천100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남도 경제과 관계자는 "상권을 활성화할 마땅한 내부 동력이 없기 때문에 고향 사랑 상품권을 통해 이를 개척하려는 것"이라며 "지역 특산물 판매와 관광 활성화에도 효과가 큰 만큼 관심을 두는 지자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강원도 상품권유통계 주무관은 "자금 역외유출 방지와 지역자원 역내 순환촉진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기관·단체 등의 법인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개인구매자 할인, 사용처 확대, 전자상품권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백도인 임보연 박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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