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이스라엘 정책, 중동 파국으로 내몰아

입력 2018-05-10 16:46
트럼프 친이스라엘 정책, 중동 파국으로 내몰아

유대계가 장악한 미 중동정책, 평화중재 요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평화 중재자인가 분쟁 조성자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갈수록 편파적인 중동정책이 평화보다는 전쟁 위험으로 지역을 몰아넣고 있다.

미 행정부 사상 최악의 친이스라엘 정권으로 지칭되는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외의 여론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거침없이 파격적인 정책을 잇달아 강행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미국 내 유대인 부호들의 막대한 선거자금 기부를 받아 당선 후 친 유대정책이 예견됐으나 그 정도와 실행 속도가 예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데 이어 미 정계의 또다른 금기 사안이었던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의 이전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결단했다.

근래 미 대통령들은 민주, 공화 구분 없이 일단 앞서 의회가 결정한 대사관 이전을 인정하면서도 엄청난 후유증을 우려해 실행과정에서 대통령 재량권을 행사해 실제 이전을 유보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막무가내식 추진력을 동원해 의회와 행정부 내 반대 여론을 깔아뭉갰다. 중동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는 오는 14일 미 대사관이 예루살렘에 정식으로 문을 연다.



이스라엘 건국일은 이스라엘인들에게는 최대 경축일이지만 이곳의 본래 주민들인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대재앙의 날'(Nakba)로 불린다.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약 70만 명의 본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 오늘날까지 중동 각 지역을 난민으로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핵협정 파기도 마찬가지이다. 서방 동맹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협정 파기를 강행했다. 역시 설마 하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정이다.

다른 협정 당사국들은 물론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란의 협정 이행을 인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식 논리를 앞세워 협정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결과는 숙적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등 지역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취해왔던 공정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포기하고 일방을 편애하면서 이제는 중동의 평화가 아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이스라엘 편애 정책에는 무엇보다 유대계 인사들이 권력 핵심부에 포진해 정책 결정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 마이클 허드슨 교수는 최근 한 워싱턴 싱크탱크 패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시오니스트 적이면서 아랍의 대의에는 가장 이해가 덜한' 대통령으로 지칭했다. 아울러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중동정책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중동정책은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것도 정통 유대교 신자들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공정한 정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백악관의 중동정책 담당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선임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가 맡고 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데이비드 프리드먼과 중동협상 수석대표 제이슨 그린블랫 등 세 사람 모두 유대인으로 정통 유대교 신도들이다.

프리드먼은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고 그린블랫 역시 트럼프 회사의 법률자문역이었다. 쿠슈너와 프리드먼은 말썽 많은 이스라엘인들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정착촌 건설에 자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프리드먼은 정착촌 건설 기금 모금을 앞장서 주도했다.

프리드먼은 중동평화 방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개별 독립국을 수립하는 이른바 '2국 해법'에 반대하고 있으며 요르단 강 서안은 이스라엘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편향적 인물이 대사로 임명됐으니 현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관계가 원만할 수가 없다.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프리드먼에 원색적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역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들이 미 의회에 연명 서한을 보내 프리드먼을 대사로 인준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보외교의 양 주축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전형적인 친이스라엘 인사이다. 볼턴은 과거 이라크 침공 당시 대량파괴무기(WMD) 구실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국제정치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협정 파기를 결정한 3대 배경 가운데 하나로 유대계 커뮤니티의 압력을 들었다. 특히 대선에서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기부한 유대인 부자들의 압력을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재벌인 셸던 애덜슨 부부는 이스라엘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적극적이며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는 과정에서 직접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어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정책 결정에서 공적 루트보다는 사적 접촉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것도 문제이다.

많이 알려진 미-이스라엘공공위원회(AIPAC)를 비롯해 민주주의 수호재단, 핵이란 반대동맹 등 이스라엘 보수 로비 단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파기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핵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파기 결정을 부추겼다.

그는 그러나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과거 있지도 않은 WMD를 이유로 이라크 침공을 강행한 사례의 재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인해 현재 중동평화의 핵심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관계가 단절된 상태이며 백악관 담당자인 쿠슈너는 아직 평화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친구 사이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을 내세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불리한 평화안 수락을 강요하고 있다.

정작 이스라엘 내 좌파진영은 트럼프의 이란핵협정 파기가 궁극적으로 이란의 핵 개발을 초래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루살렘 수도 인정으로 사실상 파국을 맞은 중동평화가 14일 미 대사관 공식 이전과 이란핵협정 파기에 따른 이란-이스라엘 대립격화로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듭된 친이스라엘 정책이 중동 정국을 한계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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