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침대 우려 여전…업계, 추가기준 도입해야"

입력 2018-05-10 15:20
"소비자들, 침대 우려 여전…업계, 추가기준 도입해야"

"가구업계, 기능성 침대시장 크지 않아…자체 점검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신선미 김은경 기자 = 대진침대 일부 제품의 라돈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하로 발표돼 업계와 소비자들은 다소 안도할 수 있게 됐지만,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우려감을 말끔히 씻지는 못하게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4일부터 대진침대 매트리스 속커버(뉴웨스턴·2016년 제조)를 조사해 기준치 이하라는 결론을 10일 내렸다.

제품에서 측정된 방사능 농도는 토론 624Bq/㎥, 라돈 58.5Bq/㎥로 이를 사람이 1년에 받는 피폭선량으로 환산하면 최대 0.15mSv(밀리시버트)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른 기준(연간 1mSv 초과 금지) 이내다.

원안위는 그러나 매트리스 속커버 안쪽에 도포된 음이온 파우더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왔으며 이 파우더 원료가 천연 방사성 핵종인 토륨이 높게 함유된 모나자이트라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침대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준 강화나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소비자들 "기능성 침대 못 믿어" 우려감 여전

소비자들은 원안위 발표 이후 라돈 방출 수치가 기준치 이내라는 점 못지 않게 기존에 알려진 4개 외 5개 모델에서도 라돈이 방출됐다는 점도 주목했다.

한 네티즌은 "추가모델과 비슷한 라인이라 알아보니 우리 제품도 리콜 대상에 포함되더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다른 네티즌은 "친환경 침대는 못 믿겠고, 원목 평상침대에 요를 깔고 자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불신을 표시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대진침대 논란이 인 후 침대 관련 문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진침대에 관한 공식 민원은 5건만 접수됐으나 대진침대 관련 문의는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주로 환불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리콜 외 추가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보상 문의가 많았다"며 "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안전성을 묻는 문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다른 업체가 판매하는 음이온 발생 침대에 대한 염려도 끊이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지금 쓰고 있는 매트리스에 음이온 발생 원단 적용이라고 적혀 있어 무섭다"며 "다른 회사의 음이온 제품도 조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구업계 "기능성 제품시장 작지만, 모든 제품 자체 점검"

가구업계는 음이온 등 기능성을 강조한 침대시장 자체가 크지 않지만, 업계 전체로 불똥이 튈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음이온은 통상 폭포의 낙차나 돌, 숲 등에서 나오지만, 인위적으로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모나자이트를 갈아 넣는 등 방식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음이온 등 기능성 원단은 고가여서 고급 제품 침대 라인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주 제작을 통해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A사와 B사도 음이온이 나오는 침대를 신개념 원단으로 홍보해 판매한 사례가 있어 추가 조사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자체적으로 침대를 생산하는 가구업체보다 매트리스 등 외주 제작 방식으로 생산하는 업체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가구업계는 보고 있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인위적으로 모나자이트 등 물질을 활용한 원단을 제작했다면 유통 경로를 통해 다른 회사 제품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침대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시는 침대를 자체 생산하면서 방사능 측정기를 갖고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생산한다"며 "주로 쿠션 감을 연구하는 쪽으로 제품 질을 높이지 기능성에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말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돌침대 등 다른 건강 침대류를 선택했을 것이고, 다른 음이온 방출 매트리스라고 광고하는 제품들도 메인 상품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구업계에서는 음이온 침대와 같은 기능성 침대시장이 크지 않은 만큼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한 인테리어업체 관계자는 "매트리스를 취급하는 큰 업체들은 월 단위로 몇천 대씩 팔기 때문에 가공하기가 쉽지 않다"며 "보통 소비자들의 구매 초점은 안락함에 맞춰져 있고 부가 기능에 관심이 많지 않아 추가 기능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가구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가구업체 중 기능성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일부에 그치고 기본 목재 외 추가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가 많다"며 "다만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제품에 대한 성적서를 미리 구비해두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들도 이번 사태 이후 자체적으로 자사 제품들을 점검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며 "어떤 제품에 무슨 문제가 발견될지 모르니 꼼꼼히 살펴보라고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 원안위, 추가 조사 착수…"업계, 기준 추가 도입 주문"

원안위는 국내 모나자이트 유통 경로를 파악해 다른 업체의 침대 등으로 추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원안위 측은 "이번 사례에선 모나자이트라는 성분이 문제가 된 만큼 음이온 방출 제품 중 성분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겠다"며 "방사능 관련 물질에 대해서는 안전성 측면에서 이미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모나자이트 유통 현황 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침대와 침구류 등 생활밀착형 제품에 활용된 사례가 발견되면 추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기회에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추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음이온이 방출된다는 셀링포인트를 위해 광물질, 화학물질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알려졌으나 이에 대한 특별한 검증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화학물질의 유해성뿐 아니라 KS 항목 이외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기준을 만들어 꼼꼼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는 KS 기준에 따라 폴리우레탄폼이나 원단에 대한 검사만 진행되고 있다.

indigo@yna.co.kr, sun@yna.co.kr,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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