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교생들 '한국 촛불혁명' 교과서로 배운다
인도 표준교과서 세계사에 한국 관련 내용 대폭 보강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평화적인 집회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혁명'이 인도 고교생 수백만 명이 공부하는 교과서에 수록됐다.
10일 인도 국가교육연구훈련위원회(NCERT)에 따르면 연방 표준 교과서를 만드는 이 기구가 올해 새로 발행한 11학년(고교 2학년) 세계사 교과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등 한국의 최근 정치 상황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시민들이 민주주의 제도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롭게 이끈 2016년 촛불 시위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또 "한국의 민주주의는 경제 발전에 빚지고 있지만, 한국의 공화주의를 고양한 것은 시민의 높아진 정치의식"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과서는 이를 포함해 '근대화의 길'을 주제로 한 11과에서 조선 시대 말부터 시작한 한국의 정치·경제적 근대화 과정을 산업화와 민주화에 초점을 맞춰 6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서술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선출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이은 3번째 평화적 정권교체라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취임 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친구를 비밀리에 국정에 관여하게 해 전국적인 시위에 직면해 탄핵당했다고 서술했다.
또 한국이 1997년 외환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한국의 경제성장이 민주화에 기여했는지 등을 연습문제로 제시했다.
NCERT는 10학년 역사 교과서에는 인쇄술의 발달을 설명하며 팔만대장경, 직지 등 한국의 인쇄기술 관련 내용을 추가했고 12학년 정치학 교과서에도 한국 관련 설명을 보강했다.
이들 교과서는 이미 각급 학교에 보급돼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번 학기 수업에 사용되고 있다고 NCERT는 전했다.
NCERT 국제관계국장인 P.K. 만달 박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종전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일본, 중국, 대만 등에 관한 설명에 비해 한국 관련 내용이 부족해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이번 개정 교과서는 한국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강화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인도)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인도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별로 교과 체계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인도 내 3만여개 초·중·고교가 NCERT의 표준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학년별로는 수백만 명, 전체적으로는 1억 명에 이르는 학생이 이 교과서로 공부하는 셈이다.
또 주 정부 산하 기관이나 민간에서 만드는 교과서들도 NCERT의 표준교과서를 참고하기에 이번 개정은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NCERT는 지난 3년간 주인도한국대사관,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공동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교육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인도-한국 간 교육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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