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日아베…前비서관 "문제사학 가케학원 관계자 만났다"(종합2보)
여당 내부서도 비판 제기…국회 앞서 600여명 항의 집회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前) 비서관이 사학스캔들과 관련된 문제의 사학재단 관계자들과 면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동안 '기억에 나지 않는다'고 했던 데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사학 스캔들 연루 의혹이 확산돼 아베 총리가 한층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의 핵심 관계자인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 정무담당 비서관은 10일 참고인 초치(招致·소환의 일종)로 국회에 출석해 "2015년 4월 총리 관저에서 가케학원 관계자와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10명에 가까운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 직원들이 학원측 수행자 중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오랜 친구인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씨가 이사장인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이 스캔들은 가케 학원 관계자들과 문제의 수의학부가 설치되는 지역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관계자들이 야나세 당시 비서관과 만난 사실을 기록한 문서가 공개되며 증폭됐다. 에히메현이 작성한 이 문서에는 가케학원 관련 안건이 '총리 안건'이라고 표현돼 있었다.
이에 대해 야나세 전 비서관은 "기억이 나는 한 만나지 않았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부정했고 아베 정권도 이를 두둔했다.
야나세 전 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총리 관저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가케 학원 관계자들과 면담을 했으며 2015년 2~3월께 열린 면담에서 가케 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인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에 보고는 일절 하지 않았고 지시도 없었다. 아베 총리와 가케학원의 이사장이 친구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특별한 취급은 하지 않았다"며 아베 총리의 연관성이나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에히메현 문서에 등장한 '총리 안건'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보통 '총리'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아서 '총리 안건'이라는 표현을 듣고 위화감을 느꼈다. 에히메현 문서의 내용은 내가 하려던 말의 의도와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수행자 중에 에히메현과 이마바리시의 분(직원)이 있었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고 부인하는가 하면 "일련의 보도와 관계 성청(省廳·부처)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질의의 초점을 피해 나갔다.
이어 당시 면담은 학원 사무국이 신청했으며 2015년 5월 아베 총리 별장에서 가케학원 관계자와 총리 등이 동석한 가운데 함께 만난 적이 있다고도 했다.그는 "수의학부 신설 허용은 총리가 조속히 검토해 갈 것으로 말하는 안건이라는 점은 소개한 것 같다"면서도 "이마바리시의 개별 프로젝트가 총리안건이 될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자신의 행동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야나세 전 비서관이 성실하게 대답할 것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명확히 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야나세 전 비서관이 가케학원 관계자와 만난 사실은 인정한 만큼, 이날 증언으로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여론의 칼날은 아베 총리로 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가케학원이 특별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완전히 불식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서관이 총리에게 면담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보통,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는 시민 600여명과 야당 의원 등이 모인 가운데 아베 정권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참가자들은 '아베 내각 총사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권력의 사유화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후지와라 아사코(48) 씨는 "아베 총리는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런 것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며 "'기억'이 아니라 '기록'에 근거해 의혹을 확실히 밝히길 바란다"고 통신에 말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