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투트랙 협의…북한문제와 무역갈등의 함수관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숨가쁘게 진행되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논의 속에 미국과 중국은 미래 경제패권을 다투는 무역담판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북한 문제와 무역 문제는 서로 다른 사안이긴 하지만 미묘하게 그 상관관계가 얽혀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두 사안을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미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표면적으로는 협력 체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입장차이 만큼이나 무역통상이라는 실질 문제에서는 그 결을 크게 달리하고 있다.
미중 양국이 서로 양보를 통해 무역갈등을 원만하게 해소하게 되면 그 대가로 북한 문제도 잘 풀릴 가능성이 크다는게 희망 섞인 관측이지만 미중 양국이 북한과 무역 둘 중 하나를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무역 문제에서 계속 엇나가게 되면 중국도 북한을 지렛대 삼아 미국에 어깃장을 놓을 개연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7∼8일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다롄(大連) 회동은 무역마찰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무역마찰이 격화되며 미국과 중국은 서로 미묘해진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북중 정상의 재회동에 대해 "중국이 '북한 문제는 미국과 함께 합심해 처리해줄테니 무역문제에서는 우리를 어렵게 하지 말아달라. 그렇지 않으면 북한 문제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무역문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간극은 큰 편이다. 최근 무역 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꽤 멀리 떨어져 있다"(pretty far apart)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에 2020년까지 2천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축소, 관세 인하, 특정업종의 투자제한 해제, 사이버공격 중단, 지식재산권 보호,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정부보조 중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무역역조 시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미국에 시장경제지위 부여, ZTE(中興通信) 제재 철회, 기술기업 인수통제 완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3∼4일 베이징 무역담판에서 서로 '큰 이견'을 확인한 뒤로 미국 워싱턴에서 2차 무역협상을 예고하고 있다.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내주중 미국을 방문해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중국 대표단이 도착한 다음 미 의회는 15일 공청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중 '관세폭탄' 및 통상정책 등을 집중 논의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도 미국과 중국이 오는 23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1천500억 달러에 달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실행할 공식 권한을 갖게 된다. 중국은 이런 시점에 맞춰 미국과의 무역현안에 대한 가부 답변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중국 경제정책 연구원은 "첫 담판에서 미중 양국은 공정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편으로 자국이 바라는 바와 상대에 대한 기대의 차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의견 차이가 큰데다 중국이 이전보다 강성해진 힘을 바탕으로 강경론과 야심을 내보이고 있어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큰 이견'으로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회담을 하고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도 양국 무역문제가 집중 논의됐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대북제재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백악관은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과 투자 관계가 균형을 이루고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이득을 주도록 보장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중앙(CC)TV CCTV는 시 주석이 "경제·무역 협력은 중미 관계의 '밸러스트 스톤(Ballast stone·철도나 도로의 바닥을 다지려고 까는 돌)이자 엔진"이라며 "양측 대표단은 소통을 유지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서로에 이익이 되고 '윈윈'(Win-Win)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문제 평론가 원자오(文昭)는 "미중 2차 무역협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이 긴박하게 다롄 회동 카드를 내놓았다"며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큰 성과를 얻으려면 중국을 화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고, 비핵화를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그래서 무역 문제에서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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