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규모 재정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곳곳에 '구멍'
감사원 감사결과…"보상비 98억 원이라더니 883억 원"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 사업을 해도 될지 판단하기 위해 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재정지출 효율화 및 주요 재정사업 추진실태' 보고서를 10일 공개했다.
정부는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대규모 사업의 경우 예타를 한다.
예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설 공공투자관리센터를 통해 경제성(비용 대비 편익·B/C) 등 3개 항목 분석 후 평가위원들 의견을 종합해 평점 0.5점 이상을 받으면 사업 타당성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감사원은 B/C 분석을 위한 비용산정 시 일부 항목은 기준이 없어 실제 소요비용보다 적은 금액이 반영돼 경제성 분석의 신뢰성 확보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해상 교량 건설이 포함된 5개 도로사업의 경우 '어업권 보상비' 산정기준이 없어 사업부처 추정액에 따라 보상비를 98억 원으로 산정했으나, 실제로는 9배가 넘는 883억 원이 지출됐다.
또, 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편익을 산정할 때가 있는데 이 또한 신뢰성의 문제가 드러났다.무료·저가로 운영되는 문화·관광시설 등은 사업편익을 금전적 가치로 표현하기 어려워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된 국민의 '지불의사액'을 편익으로 산정하며 이를 조건부 가치측정법(CVM)이라 한다.
감사원은 3건의 CVM 설문조사에서 설문 조사지에 유사·대체시설 현황을 적지 않은 사실을 찾아냈고, 설문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2개 사업을 확인한 결과 응답자 1천97명 중 267명의 전화번호가 조사 당시 결번이었고, 일부는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감사원은 예타 최종단계인 종합평가를 진의확인 등을 위해 재평가할 때 평가위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이들이 사유도 모른 채 평가를 하거나 평가 설문지 작성을 위원이 다른 사람에게 시킨 사례를 확인했다.
감사원은 KDI원장에게 "어업권 보상비를 반영토록 보상비 산정기준을 개선하고 CVM 설문조사 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예타 수행 총괄지침 등에 재평가 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기재부가 예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을 예타 대상으로 선정하는 바람에 조사비용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130개 사업 가운데 12개 사업은 조사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계획의 구체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됐음에도 조사대상에 포함돼 조사 기간이 장기화하거나 비용이 낭비됐다며 기재부 장관에게 주의조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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