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합의·예루살렘대사관 이전…잇단 악재에 중동 '전운'

입력 2018-05-10 11:11
이란핵합의·예루살렘대사관 이전…잇단 악재에 중동 '전운'

이란-이스라엘, 시리아서 벌써 충돌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 결정은 이미 복잡하게 얽힌 분쟁의 수렁에 빠진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전망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다수의 분쟁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을 고립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이는 물리적 충돌이 불붙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그동안 적대국들로부터 이라크, 시리아의 동맹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통해 지중해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 초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 고문을 파견한 이래 정예군 혁명수비대의 무인항공기 조종사와 병력을 투입했다. 이렇게 이란군은 시리아에 뿌리를 내렸다.

이란 핵 합의를 강력하게 반대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동안 이란이 시리아에 영구적인 군사 거점을 수립하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시리아 내 이란 병력을 겨냥해 벌어진 몇 차례의 공습은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시리아의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고 나서 약 한 시간 뒤 시리아 수도 남부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방공망이 다마스쿠스 남부 키스웨로 날아온 이스라엘 미사일 두 발을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10일에도 이스라엘이 점령한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에서 군사충돌이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군이 로켓 20여 발을 발사해 보복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슬람 수니파의 지도국인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전역에서 여러 건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예멘에서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족 시아파 반군의 갈등으로 2014년 내전이 발발했는데, 2015년 3월 사우디가 개입하면서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후티족 반군이 지난해부터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하면서 전선이 사우디 중심부로까지 이동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란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와 대(對)이란 제재 복원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의 경우 오랫동안 이란의 첨병으로 중동에서 이란의 세력 확대에 앞장서는 도구로 사용됐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2006년 한 달여의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스라엘 국방 관리들은 이란이 시리아 육로를 통해 헤즈볼라에 미사일과 로켓을 전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진 터키도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는 중동 지역의 위기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터키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자국이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쿠르드 세력과 공조하는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4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도 중동의 전운을 짙게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이슬람 모두의 성지다. 이들 종교가 민족적 요소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예루살렘은 분쟁과 갈등을 내포한 중동의 가장 민감한 뇌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종교적 충돌로 그치지 않고 미국과 아랍권, 서방과 이슬람권의 정면 대치로 번질 수도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대사관 이전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 하마스의 무장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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