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협상마저 이틀째 휴업…의원사직서 직권상정 변수(종합)
내일 민주 원내대표 교체 분수령 전망…여야 협상 사실상 '리셋'
정의장 "직권상정 엄중히 보고 있다"…내일 운영위에 안건목록 넘길 듯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강병철 기자 = 국회가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 문제로 장기 파행 중인 가운데 여야 간 국회 정상화 협상이 이틀째 소강상태다.
여야는 10일 드루킹 특검 수용을 둘러싸고 날선 장외 공방만 이어갔다.
지난 8일 마라톤 협상 끝에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한 이후에는 실무 접촉조차 시도하지 않은 채 여야 모두 다리를 끊고 파행의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임기가 이날로 종료하고 다음 날 새 원내대표 선출이 예정돼 있어 야당이 여당 새 원내대표와 처음부터 협상을 시작할 수밖에 없단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리셋'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도 이날을 특검법 수용 마지노선으로 삼아 여권을 한껏 압박하는 상황이지만 민주당 내에서 오히려 강경 목소리가 고개를 들어 전망은 불투명하다.
더구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가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지방선거 출마 의원들의 사직서 처리 시한인 14일에 맞춰 직권상정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변수가 덧붙여진 형국이다.
정 의장은 전날 심야 페이스북을 통해 "특단의 대책"을 거론한 데 이어 이날 국회에서 8일째 단식 농성 중인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방문해 "직권상정 문제는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직권상정을 직접 거론했다.
개정 국회법인 국회선진화법은 상임위 안건의 경우 천재지변과 국가비상사태 등으로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본회의로 바로 회부되는 안건의 경우 국회법 76조에 따라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의사일정만 협의하면 된다.
의원직 사직서는 곧바로 본회의에 넘어온 상태로, 정 의장이 국회 운영위에 의사일정 목록 처리를 요청한 뒤 국회 파행 등의 이유로 이 안건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14일 사퇴서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게 의장실 측 설명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재적 과반(147석)을 확보해야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므로 현재 사직서 처리에 찬성하는 민주당(121석)과 정의당(6석) 외에 최소 20석을 더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현재까지 한국당(116석)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30석)과 민주평화당(14석) 모두 처리에 부정적이어서 정 의장을 비롯해 민중당(1석)과 범진보로 분류되는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까지 포함해도 재적 과반 확보에는 부족하다.
여야는 극한 대립만 이어갔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닥치는 대로 특검하자는 이유가 분명해진 이상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겠다"며 아예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단식 농성을 8일째 이어가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 원내대표는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이날 오전 병원에 이송됐으나 오후에 국회 농성장으로 복귀해 단식을 이어갔다. 그는 "저는 꼭 특검을 관철시킬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당은 정 의장이 국회의원 사직안의 직권상정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더 극단적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바른미래당은 오후 국회에서 지방선거 출마자까지 포함해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시국 토론회를 열고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