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 제품 대형마트 입점 막는다…재활용 어려운 제품 퇴출
플라스틱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전 단계 정부 개입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정부가 11일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은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 정부가 개입해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초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 대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수거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등의 활용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이날 종합대책 발표에서 "종합대책은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공공관리 강화와 함께 재활용 시장 안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제품 생산부터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각 순환단계별 개선 대책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환경부는 제품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재료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생수를 포함한 음료수 용기로 쓰이는 유색 페트병은 2020년까지 무색으로 바뀐다. 유색 페트병은 색소 처리 등의 비용으로 재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 대표적인 폐기물이다.
환경부는 음료수 용기로 무색 페트병만 쓰도록 하되 맥주와 같이 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할 경우에 한해 유색 페트병을 허용할 방침이다. 환경에 해롭고 재활용도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은 사용이 금지된다.
환경부는 오는 10월까지 페트병 평가작업을 통해 유색 페트병은 유색으로 바꾸고 병에 붙는 종이 등 라벨은 재활용이 쉽게 잘 떨어지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제품은 언론에 공개한다.
제품 포장재 재활용 의무도 강화돼 의무 대상 품목이 현재 43종에서 2022년에는 63종으로 늘어난다. 재활용 수익성이 낮은 비닐류 재활용 의무율은 현재 66.6%에서 2022년 90%로 높인다.
유통 단계에서는 온라인 쇼핑으로 늘어나는 택배를 포함한 운송 포장재의 비닐 등 과대포장을 억제하는 데도 정부가 나선다.
환경부는 오는 10월까지 운송 포장재 과대포장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법적 제한 기준을 설정할 방침이다. 포장에 스티로폼 사용이 많은 전자제품의 포장 기준은 오는 9월까지 만들어진다.
대형마트에서는 지난달 26일 환경부와 업체가 체결한 협약에 따라 행사 상품의 이중포장을 없애고 과대포장 제품의 입점 자체를 막는다.
소비 단계에서는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사용량을 35% 줄인다는 게 환경부의 방침이다.
환경부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의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텀블러를 사용할 경우 10% 수준의 가격 할인 혜택을 주고 매장 내 머그컵을 사용하면 리필 혜택 등을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회용 컵 회수와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컵 보증금 도입과 판매자 재활용 비용 부담 등을 위한 법령 개정도 올해 안으로 할 방침이다.
대형마트와 대형슈퍼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이 박스와 재사용 종량제봉투 등만 쓰도록 하고 속비닐 사용량도 절반으로 줄인다. 재래시장에서는 장바구니 대여 등의 방식으로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나간다.
분리·배출 단계에서는 재활용 폐기물의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에 관한 홍보를 강화하고 다음달까지 안내서를 만들 예정이다.
수거·선별 단계의 대책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공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민간 수거업체가 수거를 중단할 경우 의무적으로 사전 통보하도록 하고 이번 대란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상체계를 가동해 신속히 대응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활용품의 공공관리 비율을 현재 29%에서 40% 수준까지 높인다는 게 환경부의 목표다.
이번 대란이 중국의 폐기물 금수조치로 국내 폐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생한 점을 고려해 재활용품 가격이 떨어질 경우 민간 수거업체가 아파트와 수거단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업체의 안정적 수익 확보 방안도 마련된다.
재활용 단계 대책으로는 재활용품 가격 하락시 구매·비축 등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2022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밖에도 환경부는 폐비닐을 가공해 만든 연료인 고형연료(SRF)에 대해서는 소규모 사용시설의 난립을 막고 대기배출 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민 수용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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