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야봉 일대 구상나무, 기후변화로 절반 가까이 고사
1만5천여 그루 중 45% 고사…"2월 기온 상승·3월 강우량 부족이 원인"
(세종=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리산 반야봉(해발고도 1천732m) 일대에 멸종위기종인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인해 집단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으로 고사한 구상나무 94그루를 분석한 결과 50여 년에 걸친 생육 스트레스가 장기간 쌓인 것이 원인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상록 침엽수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현재 지리산 반야봉 일대(1㎢)에 있는 구상나무 1만5천여 그루 가운데 45%인 6천700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단 연구진은 고사한 94그루 나이테를 분석해 과거 생육 정보를 확인했다.
그 결과 1960년부터 계속해서 생육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9.4%인 84그루는 2000년 이후, 11.7%인 11그루는 2012년 이후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2월 기온 상승과 3월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져 구상나무 생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반야봉 일대 2월 평균 기온은 2012년 -9.1도에서 2017년 -5.3도로 연평균 0.76도씩 상승했다.
연구진은 이런 기온 상승이 적설량 감소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봄철에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량이 부족해 구상나무 생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일대 3월 강우량은 2012년 137.5㎜에서 2017년 22.5㎜로 연평균 23㎜ 감소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봄철 기온 상승 때문에 수분 부족이 생육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나공주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앞으로 종 수준의 연구를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태계를 보전·복원하기 조사를 벌여 보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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