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외자에 더 과세해야…중부담·중복지로 개편 불가피"
文정부 출범 1년 경제학회·금융학회 세미나
"4∼5년간 청년고용 비상…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선행돼야"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의 이익을 희생하고 재벌, 외국인 투자자들의 몫을 키웠다며 불평등 완화를 위해 재벌, 외자에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중부담·중복지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학회,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한국경제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성장률, 출산율 하락, 일자리·소득 분배 악화 등 부작용을 빚었다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의 몫이 줄어드는 대신 기업, 외국인 자본이 거둔 이익이 늘어났다며 "노동자의 이익이 희생된 위에서 재벌, 외자의 이익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구도"라는 데 주목했다.
이 교수는 "재벌과 외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걷고 노동소득도 고소득이면 지대(기존의 부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 않고도 자신의 몫을 늘리는 것)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유층 과세를 늘려야 한다"며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해 중부담·중복지 구도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를 두고는 앞으로 4∼5년간 청년 고용 비상시기라며 정부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존 공무원의 직무 분석, 직무급(직무 가치에 맞게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으로 전환, 기타 공공부문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사회적인 협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최저임금 인상 역시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봤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격차가 극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위해선 상시적이고 지속해서 일자리를 정규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자리가 줄지 않도록 사회적 협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장을 위한 개혁으로 단기적으론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개·보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위주의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장기적으론 혁신경제가 답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선 ▲ 공공부문 개혁을 골자로 하는 국가혁신체제 정비 ▲ 늙어가는 주도산업 개혁, 3·4세 경영으로 나라 경제에 부담을 주는 재벌 개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산업조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견기업 육성, 중소기업 개혁과 함께 부동산 투기 억제, 상가 임대차 보호 강화 등의 노력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도 "취업계수가 낮은 정보기술(IT) 관련 제조업 중심 회복세가 진행되며 고용 등의 경로를 통한 성장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수출 산업들에선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상응할 정도의 견실한 모습을 보이는 산업을 찾기 어렵다"고도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네 바퀴 성장론의 한 축인 혁신성장 정책 방향을 더욱 명확히 제시하고 신속하면서도 일관된 정책 실행 체계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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