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농협에 맡긴 120억 '꿀꺽' 사기범 2명 구속
수표 건네 인출 돕고 수수료 10억 챙긴 농협 감사·지점장도 철창행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북 구미경찰서는 9일 다른 사람이 농협에 맡긴 120억원을 빼내 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윤모(44), 김모(45)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수표를 줘 남의 돈을 찾도록 해주고 억대의 수수료를 챙긴 구미 산동농협 감사 이모(54), 장천지점장 김모(54)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윤씨 등 2명은 부동산개발업체 D사가 농협에 맡긴 50억원과 개인 박모씨의 70억원을 지점장 김씨의 도움으로 현금으로 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D사는 지난 2월 산동농협 장천지점에 50억원을 예탁한 뒤 수표를 장천지점에 맡겨두고 60일 후에 되찾는다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받았다.
산동면 외국인투자지구에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농협 지급보증서를 받아 외국 기업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 두명이 당일 오후 지점장으로부터 수표를 받아 다른 지점에서 돈을 모두 인출했다.
작년 말에는 피해자 박씨에게 "사업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70억원을 장천지점에 예탁하도록 한 뒤 같은 수법으로 70억원짜리 수표를 지점장으로부터 받아 모두 인출했다.
경찰은 지급보증서에 '타인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이 있는데도 감사와 지점장이 윤씨 일당에게 수표를 모두 건네준 것으로 파악했다.
또 금융기관은 지급보증서를 발급할 수 없는데도 지점장이 금융기관에서 사용하지 않는 양식을 임의로 만들어 지급보증서를 발급해 현금 인출을 도운 것으로 확인했다.
감사와 지점장은 이들로부터 10억원을 받아 나눠 가진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한 4명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빼낸 돈의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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