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에 삼국 공동노력"(종합)
日서 연쇄회담…'판문점선언 환영·북미회담 성공개최' 특별성명 합의
문대통령 "한반도 평화 여정에 中·日 지지 필요…진정한 동반자"
리커창 "건설적 역할 하겠다"…아베, 안보리 결의·CVID 등 언급
비핵화 후 北 체제보장도 논의…"환경·경제 등에서도 협력 확대"
(서울·도쿄·홍콩=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김병규 안승섭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일 일본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에 대한 3국의 지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의 중대 관문으로 꼽히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중재역' 행보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당일치기'로 이날 오전 일본을 찾은 문 대통령은 오전에는 도쿄 영빈관 내각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회의 직후 아베 총리와 한일정상회담 및 오찬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는 리 총리와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만나는 등 쉴 틈 없는 연쇄회담을 소화했다.
가장 먼저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세 정상은 4·27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특별성명'을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세 정상은 특별성명에서 ▲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한 것을 환영하고 ▲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대하며 ▲ 남북정상회담 성공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도록 3국이 공동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특별성명과 별개로 3국간 교류협력을 증진하고 동북아 지역 정세에 공동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선언문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청와대 관계자는 "공동선언문 내용 가운데 역사 문제에 대한 일부 표현을 두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견해차가 있다"며 공동선언문과 특별성명 발표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성명 내용에는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세 정상은 공개발언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3국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의 여정에서 양국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중일 3국은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자, 세계사적 대전환을 끌어내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항구적 평화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지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에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일본과 북한이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기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의 협력 강화는 각국의 발전에 필요할 뿐 아니라, 역내 국가와 국제사회가 모두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3국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지속적인 역내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큰 방향과, 근본적인 것과 지엽적인 것을 함께 다스린다는 큰 원칙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지속적인 역내 평화를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 역시 "판문점선언에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노력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는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강하게 노력해야 한다"며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거론하는 동시에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을 3국이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 대통령과 리 총리의 회담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가 이뤄졌다.
한중 정상의 만남에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서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자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날 세 정상의 만남에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외에도 경제·환경 등에서의 3국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3국이 혁신적인 성장 방식을 찾아낸다면 세계 경제질서를 함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분야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 등에서도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3국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도 강조했다.
리 총리는 "한중일 3국은 동아시아의 중요한 경제처로서 함께 손잡고 제4자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중국의 대문은 더 열릴 것"이라며 "한중일 플러스 'X'(엑스, 한중일 외 다른 나라를 의미) 형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국은 함께 자유무역을 지켜내고, 보호무역과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할 것"이라며 "규정에 기반한 다자무역 체계를 확립하고, 개방과 포용, 균형에 입각한 동아시아 경제 시스템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중일 3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같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경제 연대를 강화해 세계의 성장 센터인 아시아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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