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한번 읽어보는 게 소원이라는 사람들 많아"
'화엄경' 59만자에 한글음 붙여 해석한 서우담 대표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최근 남북 관계 개선과 맞물려 한반도 통일 예언으로 주목받고 있는 탄허(呑虛·1913∼1983) 스님은 근현대 한국 불교 최고 학승으로 꼽힌다.
유불선(儒佛仙) 사상에 두루 통달했던 석학인 탄허는 과거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급서, 일본 재앙 등과 함께 남북통일을 예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탄허 스님은 22세에 불문에 입문해 당시 최고 선승인 한암의 제자가 됐고, 스승의 뜻을 이어 화엄경을 비롯한 불교 경전 번역에 평생을 바쳤다.
화엄학연구소장인 서우담(79) 도서출판 교림 대표는 가히 탄허의 '분신'이라 할만한 인물이다.
서 대표는 전남대 법대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가 지명수배로 쫓겨 탄허 스님을 처음 찾아갔다.
1960년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한 그는 1976년 환속할 때까지 탄허를 곁에서 모셨다.
절을 떠난 후에는 탄허가 출가하기 전 가진 딸과 결혼해 또 다른 인연을 맺었다.
탄허와의 인연은 화엄경으로 이어졌다.
탄허 스님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이 쓴 불서를 모두 넘겼고, 이를 받은 서 대표는 탄허의 뒤를 이어 화엄경 연구와 출판에 매진해왔다.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서 대표는 탄허 스님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했다.
그는 "탄허 스님이 불같은 면이 있어서 곁에서 모시던 이들이 석 달을 못 버티고 도망가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주무시다가도 공부에 대한 질문에는 일어나서 무엇이든 가르쳐주셨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유교, 도교, 불교에 통달한 탄허 스님이 1970년대 초 일본의 대학자 100여명 앞에서 강연을 한 일이 있다"며 "1주일간 특강을 하고 나니 100여 명의 학자가 존경심에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탄허는 "창칼은 사람 1∼2명을 죽이는 데 필요하지만 학문은 전 인류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서 대표는 전했다.
서 대표는 이번에 처음으로 화엄경에 한글음을 붙이고 해석한 책을 펴냈다.
먼저 화엄경의 게송(偈頌·부처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탄하는 노래)을 약 1천쪽 분량으로 풀어낸 금장본 '대방광 불화엄경 게송'을 출간했다.
이번 책을 위해 그는 지난 3년여간 화엄경에 밤낮으로 다시 매달렸다.
한자에 밝은 탄허 스님은 화엄경을 해석하면서 음을 붙이지 않았지만, 요즘 시대에는 화엄경 독음을 제대로 못 하는 이들이 많다.
서 대표는 "한번 화엄경을 읽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이들도 많다"며 "더구나 화엄경을 공부했다는 사람들조차 한자음을 잘못 읽더라"고 말했다.
"불교의 진수가 화엄경이라면 화엄경의 진수는 게송"이라는 그는 게송에 이어 화엄경 59만자를 한글만 알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한 5권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서 대표는 "지금까지 알려진 화엄경 글자 수는 엉터리"라며 "이번에 컴퓨터로 작업해보니 화엄경 40품 한문글자 수는 59만4천741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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