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협정도 파기했는데…김정은이 트럼프 믿을수 있겠나"
미 전문가들, 북미정상회담에 끼칠 '악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체결 3년도 안 된 이란핵협정(JCPOA) 탈퇴를 강행하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추진중인 북미정상회담 등 양국간 협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 선언 직후 북한에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이 선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지만,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오히려 북미정상회담 등에 악재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이란이 체결한 국제적 비핵화합의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판이 깨지는 상황을 지켜본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에 근본적인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 정치컨설팅회사인 롱뷰글로벌어드바이저의 DJ피터슨 대표는 이날 경제전문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결국 미국을 신뢰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를 굳이 구별하지 않고 그저 미국, 백악관과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육군 중령을 지낸 대니얼 데이비스 디펜스프라이어리티스(DP) 선임연구원도 이 방송에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이 협상에 성실히 임해 합의를 이뤄내야 할 타당한 이유조차 찾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피터슨 대표는 "미 행정부가 이란이나 유럽연합(EU)과 매우 복잡한 (이란핵협정) 재협상을 관리하게 될 텐데 어떻게 북한과의 매우 복잡한 협상을 관리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란핵협정 탈퇴로 미국의 전선이 한반도와 중동으로 양분되면서 트럼프 행정부 협상인력이 모자라게 될 것을 우려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인터넷매체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합의를 원하며 그 합의가 냉철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와의 합의가 중요하지 않다고 결론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 합의는 다음 선거에서 바뀔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그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니 블링큰도 CNN에 "이란이 준수해온 합의를 (트럼프 행정부가) 던져버렸는데 왜 김정은이 이제 협상을 시작하면서 트럼프가 한 말을 믿어야 하는가? 우리가 합의문을 찢어버리려 한다면 김정은이 우리가 종이에 적은 것을 왜 믿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이 모든 핵개발 계획을 솔직하게 폐기하도록 트럼프가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란에서 했던 것처럼 트럼프도 북한에서 역사상 가장 강한 사찰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C는 "이란핵협정 탈퇴가 다가온 북미 간 핵협상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밝히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이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움으로써 북한과의 대화에 앞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볼턴이 이란핵협정 파기는 미국이 불만족스러운 북한의 제안에 퇴짜를 놓을 것을 예고함으로써 (북미회담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뢰에 손상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물려받은 이란핵협정을 파기함으로써 북한과의 합의를 위한 판돈을 키웠다"고 전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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