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세이브 200개 나올 판…'KBO 어벤저스' 누가 있나
독보적 마무리 정우람, 좌우 불펜 함덕주·진명호 '눈에 띄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KBO리그는 요즘 블론 세이브 천지다.
전체 일정의 25%를 치른 8일 현재 10개 구단의 블론 세이브는 51개. 이러다간 단순 계산으론 올 시즌 후엔 200개를 넘어설 판이다.
8일 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는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점을 줘 시즌 4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2군에 간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김세현, 어깨 염증으로 재활 중인 롯데 자이언츠 박진형과 더불어 조상우는 블론세이브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홀드와 세이브 분야는 토종 투수들의 독무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블론 세이브의 급격한 증가는 한국 야구의 질적 저하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최근 3년 사이 블론 세이브는 크게 늘었다.
한 시즌 144경기 체제에 들어간 2015년 전체 136개에서 2016년 158개, 지난해엔 174개로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0개 돌파는 예상이 아닌 현실이 될 공산이 짙다.
한정된 투수 자원, 선수들의 더딘 성장이 맞물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현장의 감독들은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경기 수 축소는 기록, 각 구단의 마케팅과 직결된 사안이라 쉽게 바꿀 수도 없다. 감독들은 그저 노심초사하며 1이닝을 제발 깔끔하게 막아줄 구원 투수가 등장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구를 지키는 최강 슈퍼 히어로의 열전인 영화 '어벤저스'에 빗댄 KBO리그 대표 '어벤저스' 군단을 꾸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만큼 믿고 맡길만한 필승 계투 요원이 귀하다.
먼저 마무리 중에선 한화 이글스의 좌완 정우람(33)이 독보적이다. 1승 12세이브를 거둬 세이브 1위를 달리는 그는 평균자책점 1.23으로 안정적이다.
블론 세이브 1개를 남겼지만, 정우람은 피안타율 0.167,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89로 타자들을 어렵지 않게 요리한다.
정우람을 정점으로 한 KBO리그 최강 필승 계투조에 포함될 좌우 셋업맨 요원으로는 함덕주(23·두산), 진명호(29·롯데)가 있다.
부진한 김강률을 대신해 더블 스토퍼로 뛰는 함덕주는 1승 1패 9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14라는 성적이 입증하듯 두산 불펜의 보배로 성장했다.
필살기 '체인지업'을 앞세워 그는 자칫 동점을 허용할 상황에서 올리는 세이브인 '터프 세이브'를 2개나 챙겼다.
진명호의 최근 속구 구위는 리그 최강 수준이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속구와 낙차 큰 슬라이더, 안정된 제구로 진명호는 4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1.40의 빼어난 성적으로 롯데 불펜의 필승조 자리를 꿰찼다.
2012년 이래 5년간 1승도 올리지 못한 그 진명호가 맞느냐는 놀라움이 롯데 팬들 사이에서 회자한다.
시즌 15경기에서 11홀드,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벌이는 김상수(30·넥센), 속구 평균 구속을 시속 146㎞로 끌어 올리고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1.89로 한화의 허리를 지키는 안영명(34)도 풍부한 경험과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KBO 필승 계투조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삼성 라이온즈의 기용 방법을 더 봐야겠지만, 소방수로 뛴 적이 있는 우규민(33)이 불펜에서 활약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NC 다이노스의 마무리로 나선 이민호(25)도 지켜볼 선수"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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