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못여는 가계…"미 금리 인상시 성장률 하락할수도"

입력 2018-05-08 17:31
수정 2018-05-08 18:11
지갑 못여는 가계…"미 금리 인상시 성장률 하락할수도"



가계부채, 고령화 탓…"소득 안정성 높이고 빚 부담 줄여줘야"

<YNAPHOTO path='PYH2018022015670088700_P2.jpg' id='PYH20180220156700887' title='' caption='대형마트에서 장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고령화, 빚 부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가계 소비 증가세가 더뎌졌고 이 때문에 대내외 충격에 경기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금리 인상과 같은 충격이 발생하면 경제 성장률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김도완 과장, 양시환 조사역, 이상협 조사역은 8일 한은 조사통계월보 4월호에 실린 '소비습관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습관이 낮아진 상황에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경제 변수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습관 계수는 과거 소비가 현재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론상 가계는 기존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고 가정하는데, 소비습관 계수가 낮아지면 현재 소비할 때 과거 소비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경제 충격이 발생하면 기존 소비 패턴에 크게 개의치 않고 허리띠를 세게 졸라맨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 0.5를 넘던 소비습관 계수는 위기 이후인 2010∼2016년 중에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하락했다.

연구팀은 인구 고령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진 점이 소비습관 계수 하락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소비습관 계수가 하락할수록 경기 변동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습관 계수가 작을 때는 국내 생산성, 해외 수요와 이자율, 해외 물가 충격 등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때 초기에 충격 반응이 크게 나타났다가 빠르게 소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소비습관이 낮은 경제에서 연속적으로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기 변동이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최근과 같은 때에는 소비습관 계수 하락이 더 큰 우려를 낳는다.

미국 금리와 같은 해외 이자율이 상승할 때 내외 금리 차 때문에 환율이 상승, 순수출이 증가하고 해외 소비가 감소한다.

소비습관 계수가 높을 때는 해외 소비 감소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별 탈이 없다.

그러나 소비습관 계수가 낮아질 때는 해외 등 민간소비 감소 폭이 순수출 증가율보다 커지면서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내외 충격에 대한 모니터링은 물론 경제 충격의 파급 영향이 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경제 안정화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를 통한 내수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 증대뿐 아니라 소득 안정성을 도모하고 가계부채 부담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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