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1년새 물가 "1만3천779% 급등"…보건의료 행정 붕괴(종합)

입력 2018-05-09 00:06
베네수엘라 1년새 물가 "1만3천779% 급등"…보건의료 행정 붕괴(종합)

에이즈로 원주민 부족 멸족 위기…미 정부, 베네수엘라 추가 제재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권혜진 기자 = 최근 1년 간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이 1만3천779%에 이르는 살인적인 수치를 기록했다고 AF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야권이 장악한 국회 산하 재정경제개발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4월 기준 물가 상승률을 지난해 4월과 비교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을 1만3천800%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수준이라고 AFP는 전했다.



라파엘 구즈만 재정경제개발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하이퍼인플레이션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국가에 살고 있다"며 "새로운 재정·환율 정책을 통해 이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가 통제가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공식적인 물가상승률 발표를 중단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유 보유국이지만 대외 부채를 갚지 못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식품과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해 국민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특히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던 보건 의료 복지정책이 마두로 정권 들어 경제위기 속에 사실상 붕괴하면서 국민건강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동북부 오리노코강 삼각주 일대에 거주하는 원주민 부족인 와라오족이 에이즈 확산으로 적절한 외부 개입이 없으면 존속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경고했다.

약 3만명으로 추산되는 와라오 족은 베네수엘라에서 두번째로 큰 원주민 집단으로, 강 하류 등지의 수상가옥에서 살며 고대 생활 양식을 유지하고 있다.

와라오족 가운데 2007년 에이즈 환자가 처음 관측된 후 2010∼2012년에 에이즈 진단을 받은 부족민 중 80%가 이미 숨지는 등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2013년 발행된 관련 보고서를 보면 8개 와라오족 마을에 사는 성인의 10% 가량이 에이즈 양성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한 마을에서는 약 35%가 양성 반응자로 분류됐다. 이는 중남미 성인들의 평균 에이즈 보균율 0.5%에 견줘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보건의료 행정 붕괴로 에이즈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는 물론 기본 예방 수단인 콘돔의 무료 보급도 끊긴 지 오래다.

그러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미국 등 외부 세력 및 국내 보수 야권이 주도한 '경제 전쟁' 탓에 경제난이 촉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오는 20일 치러지는 베네수엘라 대선을 앞두고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인 3명, 마두로 정권과 연계된 기업 20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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