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쌍포' 볼턴·폼페이오, 北 '대량파괴무기'폐기 강조 왜?
美 강성 외교안보라인, 핵무기에 생화학무기 포괄하는 WMD폐기 압박
유리할때 최대압박 트럼프식 거래?…北비핵화 최대치 노린 성동격서?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핵 문제 향배의 분수령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잇달아 폐기의 대상으로 '대량파괴무기(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거론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WMD는 한 번의 공격으로 다수 인명과 대기 환경, 사회 인프라 등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통칭하는 말로, 핵무기보다 범위가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우리는 북한 WMD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PVID)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WMD 폐기를 거론했다.
이어 백악관은 지난 5일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의 4일(현지시간) 회동 결과를 소개한 보도자료에서 "모든 핵무기, 탄도 미사일, 생·화학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북한 WMD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라는 공유된 목표를 재확인했다"며 역시 WMD를 언급했다.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투톱'인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나란히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WMD의 폐기를 강조한 것이다.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한반도 안보의 중대 위협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화학무기를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 약 2천500∼5천t의 화학무기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또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이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또 작년 2월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에 화학무기의 일종인 VX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은 화학무기를 실제 사용했다는 혐의까지 받는 실정이다.
작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 역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할 대상으로 핵무기뿐 아니라 '여타 대량파괴무기'를 거론함으로써 사실상 생·화학무기까지 포괄했다.
<YNAPHOTO path='PYH2018050314490034000_P2.jpg' id='PYH20180503144900340' title='폼페이오, '완전한 핵폐기' 대신 '영구적 핵폐기' 표현' caption='(워싱턴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연설하고 있다.
<br>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PVID'라는 새로운 표현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북한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하도록 전념하고 있고, 지체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lcs@yna.co.kr' >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를 넘어 WMD 폐기를 거론하는 것은 실제로 이참에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까지 뿌리를 뽑겠다는 의중을 가진데 따른 것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올해 들어 대화에 나서고,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천명하기까지 자신들의 '최대압박' 작전이 주효한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결국, 상대가 수세에 있을 때 최대치를 얻어내는 것은 '트럼프식 거래'의 전형이라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또 협상 전략 차원의 '성동격서'식 접근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미국도 핵무기와 핵물질 및 핵무기 생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점을 아는 상황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더 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물밑 협상 과정에서 '카드'를 의도적으로 키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최대 난제로 거론되는 북핵 검증 문제에서 군사시설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접근 권한을 얻고 보유 핵무기 폐기의 시한 등을 미국에 유리하게 못 박기 위해 생·화학무기 문제까지 카드로 거론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미국 입장에서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의 입장을 중시한 접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아베 내각은 줄곧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모든 탄도 미사일을 핵과 함께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볼턴 보좌관의 생·화학무기 관련 발언도 야치 일본 국가안보국장과의 회동 계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이 일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생·화학무기를 비중 있게 거론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생·화학무기를 포괄하는 WMD 개념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의중은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7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북 협상과 관련한 '새로운 조건들이 나오는 것이 협상의 신경전 수준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미국사회와 정계에서 요구하는 사안을 트럼프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파악하면 된다"면서 "그것을 공식의제로 (북측에) 통보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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