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IEP 원장 "한반도 신경제로 한국 세계 7위 부상가능"
"北 개방되면 경제발전 급물살…미·중·러 등 주변국에도 이익"
"과거처럼 주고받기식 협력 안 돼…단번에 최대한 진척 시도해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실현되면 한국이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전문가 자문단으로 활동해 온 이 원장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연합뉴스와 한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경제대국인데 7위는 무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거쳐 대륙과 교통망이 연결되고 중국 동북 3성과 극동 시베리아, 북한 지역의 개발이 본격화하면 그간 지체됐던 경제발전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도 이 과정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국제 다자협력은 이른바 '21세기 신뉴딜 정책'이 돼 아시아·태평양의 공동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면한 최대 과제로는 조만간 열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꼽았다.
아울러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면 과거의 주고받기식 협력에서 벗어나 "(남북협력사업을) 단번에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진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5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소개하고 판문점 선언에 대한 PECC 차원의 지지를 요청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뜨겁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 우리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지만, 북한과의 갈등과 대결 구도 때문에 직접 그런 공간을 찾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 상태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우나, 북한과의 협력이 이뤄지면 어마어마한 인프라 수요가 발생하고 대륙과의 교통망 연결, 북방항로 연결, 에너지와 물류 운송망 건설 등으로 새롭게 성장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북한도 핵을 버린다면 결국 경제 건설을 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일시적으로 대북투자 확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있을 수 있으나 남북이 모두 경제적 번영을 이룬다면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탈출로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신경제 구상은 우리 민족이 21세기에 나아가야 할 새 기회를 제공하는 창으로 볼 수 있다.
--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경제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 우리는 분단 비용만으로도 매년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독일의 경우 통일후 군사비를 80% 정도 감축했다. 한국은 반만 줄여도 매년 20조원의 신규 투자 재원이 나온다. 병력도 절반으로 줄인다면 새 청년 노동인력이 한국은 30만명, 북한은 100만명이 생긴다. 가뜩이나 초고령사회인 상황에서 이를 산업인력으로 돌리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나올 것이다. 그외에도 한반도 리스크 감소, 신인도 상승, 외국인 투자 증가 등 무형의 효과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11위 경제대국인데,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현실화하고 경제효과가 나온다면 7위 경제대국 정도는 무난하고 더 욕심도 부려볼 수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 북한을 거치는 중·러와의 교통망 연결은 전 정부에서도 상당히 강조됐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 과거에는 완전 개방 없이 단순히 화물과 승객이 북한을 지나는 소극적 수준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철도, 도로가 지나는 북한 지역 곳곳에 개성특구와 비슷한 여러 경제특구를 만들 가능성까지 내다보는 점에서 새로운 패턴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서쪽으로는 고속철이 연결돼 중국 북경까지 일일생활권이 될 수 있다.
이번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아직 (세부사항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과거와 달리 어느 지역을 어떻게 개발한다는 등의 더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할 것이다.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동북아와 주변 국가 경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나.
▲7일(현지시간) 다시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동방정책의 하나로 극동시베리아 개발과 북극항로 상용화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아·태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려 노력해 왔다. 남북관계가 잘 돼서 한반도와 러시아가 철도로 연결된다면 이러한 목적을 이루는데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중국은 낙후한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을 개발해야 하지만 북한이 핵문제 등으로 불안정해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외교·안보적 성과 외에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미국에 경제적으로 어떠한 이익이 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예컨대 트럼프 타워를 대동강변에 세울 수도 있고 맥도날드가 북한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미·중·러 자본이 들어와 국제다자협력이 진행되면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할 수 없다는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과 극동시베리아 지역이 21세기 마지막 남은 개척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소위 말하는 '신 국제 뉴딜 정책'이 돼 아·태 지역의 공동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미국에 이점이 있다고 설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일본 역시 환경만 갖춰진다면 누구보다 더 관심을 두고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밖에 세계 10대 광물자원부국이면서도 수출 경로가 마땅찮아 어려움을 겪어 온 몽골도 나진항을 거쳐 아·태 지역으로의 진출을 위해 북한과 많이 접촉하고 있다.
-- 판문점 회담의 성과에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며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 국제적 차원에선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성과가 얼마나 나올지와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어떻게 빨리 해소하고 풀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내적 차원에선 남북간에 할 수 있는 사업은 속도를 최대한 높일 필요가 있다. 옛날처럼 단계적으로 북한이 하나 하면 우리도 하나 하는 식으로 한다면 가다가 멈춰서 버린다.
이산상봉과 개성공단 운영,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 등은 국제제재 하에서도 박근혜 정부에서 계속 한다고 했지만 결국 다 문을 닫았다. 과거로 돌아가면 오히려 지금보다도 못해질 수 있는 만큼 단번에 돌아올 수 없을 만큼 진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아세안의 관심이 높다. 동남아의 경제적 패권을 두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 중인 상황에서 유효한 결과를 도출하려면 어떠한 접근이 필요한가.
▲중국과 일본은 강력한 경쟁자일 수 있지만 한국은 이들 국가가 갖지 않은 강점이 있다. 첫째로는 패권 야망이 없고, 둘째로는 일본처럼 제국주의적 행태로 착취를 한 경험이 없는 국가다. 디지털 경제를 비롯한 첨단분야에서 중·일을 능가하는 기술을 가진 것 역시 대단한 강점이다. 미들파워 국가로서 이런 분야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선도적·호혜적 협력을 할 수 있고 이른바 '감동적 접근'을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추진과 관련해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협력대상 국가를 다원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도 한국에는 기회일 수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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