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수사 이끈 美뉴욕주 검찰총장, 성추문으로 낙마(종합)
뉴요커 "여성 4명에 신체적 폭력·학대"…보도 몇시간 만에 사퇴발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강력한 지지자를 자처했던 에릭 슈나이더만(63) 뉴욕주 검찰총장(주 법무장관)이 폭행 가해자로 지목돼 7일(현지시간) 낙마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슈나이더만 총장의 과거 여성 폭행 및 학대 의혹을 보도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수사를 이끌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그는 뉴욕주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꼽혀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저격수 역할을 하며 차기 뉴욕 주지사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이날 뉴요커는 지난 몇년간 슈나이더만 총장으로부터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미셸 매닝 배리시, 타냐 셀바라트남 이라는 이름의 여성 2명은 실명을 드러내고 슈나이더만 총장의 행태를 고발했다. 그와 연인 관계였다는 이들은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렸다고 폭로했다. 또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외부에 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셀바라트남은 슈나이더만 총장이 간혹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길 요구하고, 침대에서 자신을 신체적으로 학대했다고 말했다.
폭행은 주로 슈나이더만 총장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졌다. 그는 미행, 도청을 하겠다고 위협하거나, 만약 관계를 끝내려 한다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익명의 다른 두 여성 역시 슈나이더만 총장이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고 말했다. 충격에 나가 떨어질 정도로 얼굴을 세게 가격하곤 했다는 것이 이들 여성의 주장이다.
뉴요커 보도 이후 셀바라트남은 성명을 내고 "나 이전에 다른 여성들도 몇 년간 비슷한 방법으로 슈나이더만 총장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다음번엔 또 누가될지 궁금했고, 뭔가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배리시도 트위터에서 "나의 딸과 모든 여성을 위해 침묵을 지킬 수 없었다"며 "다른 여성들도 용감해지길 바란다"고 썼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이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자 슈나이더만 총장은 결국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슈나이더만 총장은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지난 몇 시간 동안 나에 대해 제기된 심각한 의혹들을 강하게 부인한다"며 "난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고,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도 갖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의혹들은 나의 업무 수행이나 검찰 운영과는 무관하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검찰 업무 지휘를 사실상 방해하려 할 것이므로 8일 자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슈나이더만 총장은 1998년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12년간 일한 뒤 2010년부터 뉴욕주 검찰을 이끌고 있다.
그는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의혹과 그의 영화제작사인 와인스틴 컴퍼니의 시민권법·차별금지법 위반 행위 등의 수사를 지휘했다. 특히 와인스타인의 행태에 대해 "여태껏 본 적 없는 비열한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주 상원의원 시절 여성 관련 입법에 힘써 전미여성기구(NOW) 뉴욕지부는 2010년 그가 뉴욕주 검찰총장에 도전했을 당시 "가정폭력 피해 여성 보호를 위해 엄청난 일을 했다"며 그의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검찰총장 취임 후에도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브로슈어를 제작해 배포하는 등 여성 문제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는 반(反)트럼프주의자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NY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뉴욕시민의 최대 위협은 바로 연방정부"라고 밝혔던 슈나이더만 총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1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상대로 제기한 법적·행정적 조치만 100건이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에 대한 자금유용 혐의 등을 수사하는 등 트럼프 일가와도 부딪혔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호재를 만난 듯한 모습이다. 공화당 지지단체 '아메리카 라이징'은 이번 일을 다른 민주당 인사들과 엮으려 하고 있고, 트럼프 주니어는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슈나이더만 총장의 과거 발언을 트윗해 그를 비꼬았다.
검찰은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맨해튼 지방 검사인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는 이날 밤 "슈나이더만을 둘러싼 최근 의혹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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