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 고위급 방문설' 中다롄 검문·통제 삼엄

입력 2018-05-08 10:51
[르포] '北 고위급 방문설' 中다롄 검문·통제 삼엄

열차역 승객 대상 검문, 전인대 수준으로 강화

고위급 숙소 추정지 입구 6㎞ 앞까지 차량 통제 확대

(다롄<중국>=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문설이 도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로 향하면서 검문·통제가 삼엄해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북한 고위급으로 추정되는 인사가 지난 7일 다롄에 나타나 중국 측 고위급 인사와 접촉하고 있다는 말을 확인하기 위해 다롄을 찾게 됐다.

8일 오전 1시(현지시간) 중국 동북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중심도시인 랴오닝성 선양(瀋陽) 열차역에서 다롄행 밤열차를 탈 때부터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선양역 개찰구에서 열차표를 제시했을 때 역무원이 평소와 달리 빨간색 스탬프를 티켓에 찍었고 플랫폼에 들어서기 전에도 2차로 스탬프 날인이 실시됐다.

"왜 도장을 찍느냐"는 질문에 역무원은 "오늘 다롄으로 향하는 열차에 실시하는 조치"라고 짧게 대답했다.

기자의 경험으로 이런 풍경은 통상 매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전후해 개최지인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는 열차 승객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높은 보안 수준이다.

소지품을 검사하는 엑스레이 검색대에서도 엄격한 검사가 실시됐다.



한 남자승객은 가방에서 스위스군인 다용도칼이 발견돼 압수됐고 다른 승객들도 평소보다 까다로운 짐 검사에 불평을 터뜨렸다.

밤 기차로 5시간여를 달려 다롄역에 도착하자 이에 못지 않은 풍경이 눈 앞에 벌어졌다.

플랫폼을 빠져나온 승객들이 출입구로 향하자 보통 때 아무 것도 없던 출입구에 공항에서나 보는 유도선이 겹겹이 마련돼 직선으로 바깥으로 나갈 수 없고 세 차례나 로비를 가로질러서 나가게끔 돼 있었다.

이를 통과한 뒤에는 또다시 엑스레이 검색대가 설치돼 승객들의 짐을 검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마침내 역 광장으로 나오니 방탄조끼 차림의 공안이 여러 명 배치돼 역을 드나드는 이들을 지켜봤다.

이들 뒤로 역시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이동용 경찰초소가 정차돼 있었다.

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고위급 인사들의 숙소로 추정되는 방추이다오(棒추<木+垂>島)로 향했다.



고급주택이 들어선 치치제(七七街)를 지나 방추이다오로 이어지는 산복도로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공안의 교통통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길목을 막아선 중국 공안은 "이곳을 통과할 수 없다. 무조건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이유를 물어도 별다른 대답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렸다.

다롄 시내에서 해변도로를 거쳐 방추이다오로 이어지는 다른 경로도 공안들이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운전사는 "이런 교통 통제는 국가급 지도자의 방문 때에나 보는 풍경"이라며 "어제부터 '시다다(習大大·시진핑의 별명)가 다롄에 왔다'는 소문이 돌고, 심지어 조선(북한) 지도자가 왔다는 얘기까지 나도는데 중요 인물이 오긴 온 모양"이라고 말했다.

현지 소식통은 "전날까지는 방추이다오 입구에서 다롄 시내 방향 2㎞ 지점에서 교통 통제를 실시했는데 오늘은 6㎞ 지점까지 통제구간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 4월 다롄항에서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 '001A함' 진수식이 열린 뒤 경계를 펼쳤는데 최근 며칠간 일반인 접근을 불허할 정도로 경계가 강화돼 고위급 인사가 시운항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말이 나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전날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를 봤다는 소문이 돈 데 이어 오늘 오전 항공기 전편의 출발·도착이 지연됐으나 오전 8시 이후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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