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부패혐의 수감 한 달째…거취 여전히 불투명

입력 2018-05-08 01:24
수정 2018-05-08 01:26
브라질 룰라 부패혐의 수감 한 달째…거취 여전히 불투명

주요 인사 면담과 독서로 시간 보내…지지자 편지 3천여통 받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좌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수감된 지 한 달째를 맞았으나 그의 거취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복층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9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2심 재판에서는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남부 쿠리치바 시에 있는 연방경찰에 수감됐으며, 이후 가족과 좌파 노동자당(PT) 인사 면담, 독서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혐의로 수감되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룰라 전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수감돼 있는 동안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는 3천 통을 넘는다.

지난달 15일 나온 대선주자 투표 의향 조사 결과를 보면 룰라 전 대통령은 31%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15%)보다 배 이상 격차로 앞선다.

지난달 19일에는 아르헨티나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이 룰라 전 대통령을 면담하려다 사법 당국의 거부로 불발에 그쳤다. 에스키벨은 룰라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혀 시선을 끌기도 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룰라 전 대통령의 거취에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자당은 여전히 "우리의 후보는 룰라"라며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쿠리치바 연방경찰 건물에서 750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된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 캠프 참가자들은 "룰라가 풀려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며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을 5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인사는 22명에 달한다.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인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대선 주자가 늘었다.

22명이 모두 후보 등록을 마치면 브라질에서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이 끝나고 민주화가 이뤄진 직후에 시행된 1989년 대선 때와 유사한 후보 난립 양상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은 오는 7월 20일부터 8월 5일 사이에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후보를 확정하고 8월 15일까지 연방선거법원에 등록해야 한다. 대선 캠페인은 8월 말부터 시작된다.

올해 대선 1차 투표일은 10월 7일이고,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10월 28일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린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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