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음식점 칼로리 표기 전면시행…오바마케어 마지막 조항 생존
CNN "패스트푸드광 트럼프, 한 가지는 마음에 들었던 셈"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평소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호 덕분인가.
산산조각이 나다시피 한 오바마케어(ACA·전국민건강보험법) 중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마지막 조항이 7일(현지시간)부터 미 전역에서 발효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저소득층 건강보험 확대를 위해 도입한 오바마케어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건보정책을 180도 뒤바꾸면서 무력화됐다.
오바마케어의 마지막 조항에 들어있던 내용이 바로 체인 레스토랑의 메뉴 칼로리(열량) 표기 의무화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에서도 마음에 들어하는 구석이 하나는 있었던 모양"이라며 이날부터 점포 20곳 이상을 운영하는 모든 체인 레스토랑은 칼로리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조항은 2010년 도입된 오바마케어에 포함됐지만 그동안 미 식품의약청(FDA)이 시행을 차일피일 미뤄오던 것이다.
스콧 고트립 FDA 청장은 지난주 인터뷰에서 "칼로리 표기가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바꿔 일일 섭취 열량을 최소 50㎈는 줄일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버거킹, 타코벨 등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은 이미 수년 전부터 칼로리 표기를 자체적으로 이행해왔다.
하지만 중소 브랜드들은 칼로리 계산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해 시행을 미적대오던 곳이 많았다.
칼로리 표기에 대해 소비자단체인 CSPI 간부 마고 우턴은 "미국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레스토랑에서 직접 주문하는 메뉴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함유하고 있는지 당연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행정권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도 있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데런 백스트는 CNN에 "사람들이 뭘 먹는지까지 정부의 뜻에 좌우돼선 안 된다. 그냥 개인의 결정에 맡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건강한 패스트푸드 주문법을 옹호하는 그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보좌관들은 트럼프 후보가 맥도날드에 들르면 빅맥 2개, 필레오피시(생선버거) 2개를 주문해 먹어치우고 입가심으로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들이켰다고 전하기도 했다.
성인 남성 하루 권장 섭취량 2천500㎈에 육박하는 2천420㎈를 한 끼에 해결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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