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총선서 친이란 헤즈볼라 동맹 선전…"과반의석"(종합)
총리 속한 수니파 정당은 의석 ⅓ 줄어…투표율은 49%로 저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의 시아파 조직 헤즈볼라가 9년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와 동맹 그룹이 지난 6일 실시된 의회 선거에서 절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dpa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7일 잠정 개표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선출될 의원은 128명이다.
2009년 이후 처음 치러진 총선 투표율은 49.2%로 9년 전 54%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젊은이들의 무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외신은 헤즈볼라가 후보를 낸 지역 대부분에서 강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사드 하리리 총리가 속한 이슬람 수니파 정당인 '미래운동'은 수도인 베이루트를 중심으로 의석이 줄었다.
하라리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래운동은 21석을 얻는 데 그쳤다"며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기대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친서방 성향의 미래운동 의석은 현재 33석에서 3분의 1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레바논 정계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흐람 카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TV에 나와 "레바논은 독립국가다. 우리는 레바논 국민의 투표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앙숙인 이스라엘에서는 레바논 총선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타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교육부 장관은 트위터에 "헤즈볼라=레바논"이라며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헤즈볼라를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시아파 민병대 조직인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창설된 뒤 레바논 국민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1980년대에는 항공기 납치로 악명을 떨쳤고 1990년대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처럼 자살폭탄 공격을 테러수법으로 이용했다.
다른 한편으로 헤즈볼라는 1992년부터 의회 선거에 참여하고 있고 2005년에는 내각에도 진출했다.
미국 정부는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레바논은 이슬람교와 가톨릭, 그리스정교 등 여러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자이크 국가'로 불린다.
대통령은 종파 간의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기독교계 마론파가 맡고 총리와 국회의장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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